[시가 있는 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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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사방 멀리 어두운 구름장

중천의 해만 밝았네

이 외로운 신하 한줌 눈물

한양성 돌아보며 뿌린다네

- 이이

젊은날 금강산에 스며들어 화엄경을 그윽이 익힌 적 있다.

퇴계가 보편성리학이라면 율곡 이이 (李珥.1536~1584) 는 조선 성리학인가.

그만큼 그에게 이르러 중국 신유교는 우리의 사상으로 초석을 박았다.

아니 그의 모든 학문은 국가경영과 민생을 도모함에 귀결되었다.

왜란 이전 10만양병설이나 당쟁조정.대동법 등에 그의 지혜와 오뇌가 담겨 있다. 어머니 신사임당만이 길러냈는가.

아버지는 어디 갔는가.

해 하나만 밝다면 구름장 덮인 하늘은 언제 벗겨질 것인가.

당쟁 현장의 서울을 하직하는 애달픈 귀거래사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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