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순 구리시장 '시공무원 임무충실' 성명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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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도 구리시장 당선자 박영순 (朴榮舜.국민회의) 씨는 최근 '시 공무원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주기 바란다' 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朴당선자는 성명을 통해 "몇몇 공무원들이 선거기간에 편파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곤 불문에 부치겠다" 고 밝혔다.

그는 또 현 시장이 오는 30일 임기만료 전 '봐주기' 식 (式)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에 대비, 인사동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朴당선자가 갑자기 성명까지 낸 이유는 공무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실제로 지방선거 이후 구리시청 직원 사이에는 새 시장 취임 이후 '손 볼 사람' 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을 정도다.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뀌는 지역을 중심으로 공무원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선거 때 특정후보에게 줄을 선 공무원들의 살생부가 돌고 논공행상 (論功行賞) 성격의 인사태풍 '설 (說)' 이 퍼지고 있다.

또 올해말까지 예정된 지방행정조직 개편 및 인원감축 계획과 맞물려 많은 공무원들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현 도지사가 공천에 탈락,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특정후보 줄서기 시비가 일었던 제주도내 공무원들은 어떤 형태로든 인사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K국장등 최소한 '3K' 는 살생부에 올랐고 우근민 (禹瑾敏) 당선자와 동향인 K서기관은 중용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낙선후보를 지지했던 한 고위 간부는 "선거에 졌으니 불이익을 각오하고 있다" 고 말했다.

현직 단체장인 김길준 (金吉俊) 시장이 국민회의 공천경쟁을 거부하고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된 군산시의 경우 국민회의 후보에 협조한 공무원 70여명의 살생부가 입에서 입으로 돌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무소속 출마자들이 당선된 김제.정읍시와 무주.진안군 등 전북도내 4개 시.군도 마찬가지. 전남구례군에선 무소속 전경태 (全京泰) 후보가 국민회의 이동승 (李東昇) 현 군수를 꺾고 당선되자 '全당선자가 李군수의 선거운동을 해준 공무원 45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다" 는 소문이 돌아 직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의 경우 국민회의.자민련이 이번 선거에서 시 공무원 상당수가 이석용 (李奭鎔) 시장을 돕기 위해 행정력을 동원했다며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 두당은 8일 안양시의회 오면교 (吳冕敎) 의장 등 3명을 공동대표로 한 '불법행정선거 진상조사특별위원회' 를 구성했다.

대구시 한 구청장 당선자는 "선거운동기간 공무원들의 현직 단체장 지원 혐의를 포착했다" 고 공언, 관련 공무원들이 불안에 떨고있다.

전북대 신기현 (辛起鉉.정치학) 교수는 "시장.군수를 선거로 뽑는 한 공무원들의 줄서기는 불가피하다" 며 "선거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체장 교체기간에 독립성.전문성을 가진 인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말했다.

서형식.홍권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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