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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지금]1.디스코 복고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영국 문화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뮤지컬의 대부분은 영국에서 만들어졌거나 아이디어를 댄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 에서부터 '카바레' 까지 모두 영국산이랄 수 있다.

영국 문화의 저력은 과연 무엇인가.그 공연계의 실상을 시리즈로 엮는다.

런던 웨스트 엔드 (공연장 밀집지역) 는 매년 5월에 시즌 오픈한다.

올해도 뮤지컬과 연극 신작이 줄을 이었다.

그중 가장 성공적으로 세계 초연무대를 장식한 작품이 바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원제 Saterday Night Fever) 다.

지난달 5일 팔라디엄 극장에서 개막된 이 작품은 이미 잘 알려진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77년 만들어진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는 두 주인공을 일약 세계적인 스타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묵직한 중년 연기자로 각광받고 있는 존 트라볼타와 호주 출신배우 올리비아 뉴튼 존이다.

이 영화의 뮤지컬판은 영화에서보다 역시 현장감이 물씬 풍기는 춤이 강점이란 평이다.

'존 트라볼타' 의 뮤지컬판 대역으로 올해 24살의 아담 가르시아가 발탁됐다.

하얀색 슈트을 입고 오른손을 번쩍 치켜든 그의 모습은, 요즘 영국 젊은이들의 심볼이 되고 있다.

실제로 그가 부른 디스코 음악 '나이트 피버' 음반은 단번에 영국내 차트 20위권에 드는 빅히트. 매스컴은 '토요일 밤 신드롬' 이라며 그를 우상을 만들고 있다.

고전풍으로 치장된 1천5백석 안팎의 극장은 매회 1백%이상의 초만원 관객으로 붐빈다.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30여명이 총출동, 발을 구르며 흔들어 대는 광적인 무대를 연출하는 피날레 장면은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 뮤지컬의 이같은 초반 히트를 두고 런던 사람들은 복고형에 대한 향수, 최근의 경제적인 부흥과도 일정한 연관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런던대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하고 있는 손혜정씨는 "영화에서 '풀 몬티' 가 그런 역할을 했듯이, 이 뮤지컬은 새로운 기운을 타고 있는 영국의 전반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하다" 고 말했다.

전설의 팝스타 비지스가 작곡에 참여하는 등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뭉친 이 작품 (영화의 제작자 로버트 스티그우드가 이 작품의 제작도 맡았다) 은 같은 소재에서도 쉴새 없이 '자기복제' 를 하는 영국 공연문화의 장점을 드러내는 상징같다.

4백년이 지나도 시들지 않는 셰익스피어처럼.

런던 =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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