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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것만 갖고는 안 돼 … 24시간 ‘마라톤’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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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레이스(Le Mans 24Hour Race)는 ▶포뮬러1(F1) 모나코 그랑프리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500마일 레이스와 함께 세계 3대 자동차 레이스로 불린다. 르망은 프랑스 파리에서 220㎞ 떨어져 있는 한적한 전원 도시다.

F1이 커다란 바퀴를 단 경주차로 전용 서킷을 2시간 정도 달려 승부를 내는 것과 달리 르망 레이스는 24시간 내내 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빠른 속도도 중요하지만 내구성이 승부의 관건이다.

르망 레이스는 유럽인의 가족 축제 성격이 강하다. 프랑스뿐 아니라 영국·이탈리아·독일 등 주변 10여 개국에서 가족이나 연인들이 캠핑카나 모터사이클을 타고 이곳을 찾는다. 주변에 호텔 시설이 거의 없어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면서 24시간 경기를 즐긴다. 지난해 제76회 대회에는 사상 최대인 25만8500여 명의 관람객이 운집했다. 레이스 서킷이 상설 경주장이 아닌 임시 경주로라는 것도 재밌다. 일반 도로를 레이스가 열리는 기간 동안 막고 서킷으로 사용한다. 경기가 끝나면 다시 도로로 전환된다.

푸조, 아우디를 제압 이달 13, 14일 이틀에 걸쳐 열린 제77회 르망 레이스에서는 프랑스 푸조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했다. 1992, 93년에 이은 통산 세 번째다. 예선 1위를 비롯해 결승에서 1, 2위를 휩쓸었다. 3위는 전년도 우승팀인 아우디가 차지했다. 푸조는 5.5L V형 디젤 엔진을 단 908 HDi FAP 넉 대를 출전시켰다. 최고 700마력에 122.4 kg.m의 토크를 낸다. 24시간 내내 시속 250㎞ 이상 속도로 달린 셈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330㎞ 정도다.

르망 레이스는 2000년대 들어 아우디의 독주였다. 아우디는 99년에 가솔린 엔진을 단 R8 레이싱카로 처음 출전해 3, 4위를 기록했다. 이후 2000, 2001, 2002년 연속 우승했다. 2004, 2005년에 다시 연승하며 통산 5회 우승을 기록했다. 2006년에는 세계 최초로 디젤 엔진을 단 R10 TDI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과 2008년까지 3년 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경기 룰 매년 24번째 토요일 오후 3시에 출발해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1만3629㎞의 서킷을 24시간 동안 꼬박 달린다. 가장 많은 랩(Lap:서킷 한 바퀴)을 달린 경주차가 우승을 차지한다. 대회 초기 몇 년간은 차량 한 대에 한 명의 운전자만이 출전했지만 70년부터 세 명의 운전자가 한 팀을 이뤄 교대로 운전한다. 24시간 동안 달리는 거리는 5000㎞가 넘는다. 레이스 참가는 예선을 거쳐야 해 매년 전 세계에서 55대에 불과하다.

르망 레이스에는 전용 경주차뿐 아니라 포르셰·페라리·애스턴마틴·콜벳 등 양산 스포츠카를 개량한 경주차들이 함께 달린다. 한국타이어는 페라리 F430을 개조한 경주차로 세 번째 등급인 LM GT1에 참가했다.

경주차는 네 등급으로 나뉜다. 최고인 LM P1은 공차중량 900kg 이상에 배기량 6000cc 이하 차가 출전한다. 가솔린 엔진 또는 디젤의 경우 930kg 이상에 배기량 5500cc 이하 차들이다. 다음은 LM P2로 공차중량 825kg 이상에 배기량 3400cc 이하다. 이어 2, 4인승 8000cc 이하 양산 스포츠카를 개조해 경주하는 LM GT1과 GT2로 나뉘어 있다. 레이스 우승자는 대부분 LM P1에서 나온다. 올해는 세계 17개국에서 82개 팀이 참가 신청을 했다. 최종 예선에는 LM P1 부문 20대, LM P2 12대, LM GT1 6대, LM GT2 17대 등 55대만 출전했다.

김태진 기자

르망 24시간 레이스=프랑스 자동차 협회인 ACO(Automobile Club de l‘Ouest)가 주관한다. 1923년 5월 26~27일 첫 번째 레이스가 개최된 이래 경제 대공황이었던 1936년과 1940~48년 제2차 세계대전을 빼고는 매년 5, 6월에 열렸다. 유럽 최대의 모터 스포츠 축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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