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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엔화 경제권' 대구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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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엔화 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 '엔화의 국제화' 를 위해 발벗고 나설 움직임이다.

엔화를 미 달러화와 유럽연합 (EU) 의 유로화에 버금가는 세계 기축통화로 지위를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엔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91년 8.7%에서 95년 7.1%로 줄어들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무역거래액 비중 (12%).경제규모 (1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실정이다.

엔화가 국제화되지 못한 것은 일본정부가 외환거래를 폐쇄적으로 규제해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본정부 장기채권은 '백금 (白金) 채권' 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13조엔어치나 발행됐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외국 기관투자가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30조엔에 이르는 일 정부 단기증권도 외국인에게는 '그림의 떡' 이다.

또 도쿄 (東京).뉴욕.런던.프랑크푸르트 외환시장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각국 통화와 엔화가 직접 거래되는 외환시장을 찾아보기 힘들다.

엔 - 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각국 통화와 교환될 뿐이다.

이 때문에 외환거래 자유화 이후 일본기업조차 국내거래를 할 때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달러화 결제를 원하는 실정이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신原英資) 대장성 재무관은 "최근 아시아 통화위기는 달러화 연동 환율체제라는 달러화 의존 체질 때문" 이라며 "아시아 공통의 통화바스켓 방식을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고 제안했다.

자민당 대외경제협력위원회는 유로화와 비슷한 아시아 통화단위 (ACU) 구상을 지지하고 있다.

자민당은 '엔 국제화 소위원회' 를 구성하고 외국인이 일 정부채권 매입시 수수료를 면제하고 차익에 대해 전면 비과세하는 등 단기 금융시장의 대대적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오는 9월에는 엔화표시 채권시장의 활성화와 정부채권의 유통결제구조 개선, 세제개편 방안을 담은 중간보고서를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게이단렌 (經團連).닛케이렌 (日經連)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엔의 국제화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부터 수출입 결제때엔 표시 거래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이에 대해 동남아국가들은 일단 적극적인 반응이다.

태국 재무부는 "태국은 엔 경제권 구상을 지지한다" 고 공식 발표했다.

말레이시아도 엔화가 아시아의 주축통화가 된다는 데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엔화 경제권' 이란 단어에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 대장성.일본은행은 "아시아에서 달러화 연동 환율시스템이 붕괴된 지금이 엔 국제화에 가장 좋은 시기" 라고 보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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