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9시3분 서울 지하철 1호선 성북역사 승강장에 4량짜리 열차가 들어왔다. 코레일이 시범 운행한 자전거 전용열차다. 평상시에는 승객을 태우는 일반 지하철이지만 이날은 자전거를 싣고 타도록 변신했다. 첫 손님은 120여 명의 산악자전거(MTB) 동호인이었다.
열차는 42분을 달려 동두천 중앙역에 도착했다. 이어 동호인들은 오전 10시20분쯤 동두천 종합운동장에서 ‘왕방산 MTB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다. 칠봉산~오지재 고개~수위봉 고개~쇠목마을~어등산 입구를 거치는 35㎞ 구간이다. 동두천시 일대를 한눈에 돌아볼 수 있어 MTB 매니어에게 인기 있는 코스다.
2시간25분가량의 하이킹을 마친 동호인들은 삼삼오오 출발점으로 다시 모였다. 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일상의 피로를 날려보낸 모습이었다. 박승호(46)씨는 “교외에 하이킹을 갈 때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가 돌아올 때면 피곤한 적이 많았지만 이젠 이런 걱정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연옥희(62·여)씨는 “열차에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시간 동안 정담(情談)을 나눈 동호인들은 동두천 중앙역으로 되돌아와 다시 전용열차에 올랐다. 오후 3시50분쯤 성북역에 도착, 6시간47분간의 첫 자전거 전용열차 여행을 마무리했다. 강병수 코레일 수도권북부지사장은 “앞으로 성북~동두천 중앙 구간에 주말마다 한두 차례씩 자전거 전용열차를 운행하겠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20일부터 중앙선 전동차의 앞뒤 맨 끝칸에도 자전거를 휴대하고 승차하도록 했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와 오후 9시 이후, 주말에 허용된다.
동두천=이현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