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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근원적 처방은 평소 생각 … 대증요법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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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일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청와대 회동은 1시간40여 분간 진행됐다. 처음 5분만 빼놓고는 비서실장(청와대는 대통령실장)과 대변인들까지 모두 물린 채 ‘삼자대면’으로만 대화가 오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오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中),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와 악수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며 불참했다. [연합뉴스]


공식적으로 이날 회동은 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관심이 큰 인적 쇄신과 국정기조 변화 같은 주제에 대해서도 비교적 구체적인 대화가 오갔다.

특히 이 대통령은 15일 라디오 연설에서 국정쇄신과 관련해 밝혔던 ‘근원적 처방’에 대해 “대증(對症)요법적인 얘기가 아니고 근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자기 생각한 게 아니고 평소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평소 ‘여의도 정치’의 비효율성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자주 보여왔다. 이런 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현재 정치제도의 틀을 근본 개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권 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전환 ▶지역 할당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 대통령은 “나중에 얘기하겠다”며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또 이 총재가 제안하고 박 대표가 동의하면서 ‘대통령 TV 국민담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회담 이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TV담화의 시기나 방식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국내 현안과 남북관계, 한·미 정상회담 등에 대해 시종 날 선 질문을 이 대통령에게 쏟아냈다. 또 6월 국회 개회를 둘러싼 여야 신경전과 관련, “민주당의 5개 요구 중 검찰개혁특위 구성과 박연차·천신일 특검은 여당이 받아야 한다”고 박 대표에게 충고하기도 했다.

이날 회동에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민주당의 요구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만날 필요가 없다 ”(강기정 대표 비서실장)는 이유로 불참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록.

◆북한 문제

▶이 총재=“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 등으로 볼 때 북한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지 않나.”

▶이 대통령=“급변 사태에 대한 시나리오는 준비해야 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 국정쇄신 문제

▶이 총재=“‘근원적 처방’이 뭔가.”

▶이 대통령=“(※개각은 아니라는 취지에서) 장관을 수시로 자주 바꾸는 것은 국정운영에 바람직하지 않다. 개각이 국면 전환용으로 중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 총재=“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 중 사망한 것에 대해 현직 대통령으로서 사과는 필요 없지만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TV 화면 앞에서 대통령이 직접 나와 설명하고 설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대국민 담화를 빨리 발표해야 한다.”

▶박 대표=“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정국 현안을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가져달라.”

▶이 대통령=“한번 기회가 닿으면 국민에게 입장을 밝혀야 되겠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이 총재=“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세종시는 결국 안 하겠다는 것이냐.”

▶이 대통령=“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나도 정부 마음대로 취소하고 변경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남궁욱·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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