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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한 달째 맞은 쌍용차 이달 차 판매 고작 90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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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2일로 파업 한 달째를 맞은 쌍용자동차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 달째 생산·판매가 올스톱되면서 협력 업체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사 양측은 현재까지 정리해고 등 현안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사가 조속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쌍용차의 회생이 어려워져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사 공멸의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전시된 차까지 다 팔아=업계 추산에 따르면 쌍용차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출고 기준 판매량이 90여 대에 그치고 있다. 당장 생산을 재개하더라도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이달 판매 실적은 100대를 넘기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지난달 수입차 판매 시장에서 101대를 팔아 12위를 기록한 BMW의 ‘미니’ 브랜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달 22일 노조가 평택공장의 점거 농성을 시작한 뒤 차량 생산이 전면 중단됐다. 이달까지 판매된 90여 대도 이미 만들어진 재고 차량을 판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쌍용차 관계자는 “영업소에서는 팔 차가 없어 전시된 차까지 다 팔았는데 더 이상은 없는 상황”이라며 “차 생산이 끊기면서 고객 이탈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리점과 영업 인력까지 흔들리고 해외 주문 취소도 잇따르면서 판매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올 4월 노조의 부분 파업이 시작된 이후 19일까지 6385대의 생산 차질로 14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는 게 쌍용차 측의 설명이다. 1분기에만 2700억여원의 적자를 본 이 회사는 2분기에는 적자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생 여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쌍용차의 이유일 공동관리인은 이달 초 기자 간담회에서 “당초 11월께 선보이기로 했던 신차 C200의 연내 판매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는 9월 15일까지 법원에 회생 계획안을 제출, 채권단과 법원의 동의를 얻어야 신규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 좀 더 이어진다면 회생 계획안을 만들기도 전에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노사 의견차 못 좁혀=쌍용차 노사는 대립과 대화를 반복하고 있으나 뚜렷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은 16일 임직원 4000여 명의 평택 공장 진입을 시도했다가 물러섰다. 이후 18, 19일 이틀에 걸쳐 박영태 공동관리인이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노조 위원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회사 측은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정리해고 등 현안에 관해 양보의사를 밝혔으나 노조는 원칙만 반복하며 이를 거부했다”고 19일 밝혔다.

노조도 이날 회견을 통해 “정리해고와 분사 철회, 비정규직 고용 보장 등 원칙에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며 “회사는 우리의 상대가 아니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공적 자금 투입과 함께 한국산업은행이 실질적인 대주주가 되는 공기업화가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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