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추억] “제2연평해전 일어난 6월만 되면 가슴 답답하다고 호소하시더니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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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연평해전 때 2함대사령관으로 현장을 지휘했던 정병칠(해사 28기·사진) 예비역 소장이 19일 별세했다. 57세.

제2연평해전은 2002년 6월29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함정의 기습 공격으로 해군 고속정 참수리-357정이 침몰하고 윤영하 소령 등 장병 6명이 희생된 전투다. 참수리-357정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차단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다 공격을 받았다. 북한은 3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함정 한 척이 반파되는 피해를 입었다. 당시 우리 해군은 교전수칙에 따라 경고사격 등 선제공격을 할 수 없었다.

정부는 2008년 4월 제2연평해전 추모식을 정부기념 행사로 승격시켰으며 주관 부서도 2함대사령부에서 국가보훈처로 옮겼다.

평택에 위치한 2함대사령부에서 전투를 진두지휘하던 고인은 30여분간 교전이 벌어졌던 제2연평해전에서 부하들이 희생된데 대해 죄책감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전투가 끝난뒤 몇년동안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부담이었다. 그는 “6월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고 해군 선·후배들에게 스트레스를 자주 호소했다고 한다.

고인의 후배인 한 장교는 “연평해전 때 부하들을 잃은 것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 “ 제2연평해전이 역사적으로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인은 지난달 3일 기침이 나와 병원을 찾았다가 폐암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한달 반 가량 투병하다 유명을 달리했다.

동기들 사이에서 선두 주자로 꼽혔던 고인은 해군 5전단장과 해군 군수사령관, 합참 전략기획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작전과 전력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지휘관이었다.

그러나 제2연평해전 이후 더 진급하지 못했다. 군수사령부의 한 장교는 “군수사령관 재직시절 완벽한 군수지원을 목표로 적극적인 군수지원과 함께 투명하고 효율적인 군수업무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회고했다.

유족으로 부인 김양심(56)씨와 아들 정치현(대한통운 대리)·치윤씨(대한통운 사원)와 딸 정현수씨(대한항공 승무원), 사위 유재민씨(군의관)가 있다.

발인은 22일 오전 10시,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장지는 국립대전현충원이다. 02-2072-2011~2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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