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스타]인천전문대 김길환씨,탭댄스 전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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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스텀프 (stomp:발로 쾅 구르는 것).힐 (heel:뒷꿈치를 찍는 것).토드롭 (toe drop:발가락으로 찍는 것).브러쉬 (brush:발을 뒤로 쓸어내리는 것)…다시 스텀프…" 지난달 22일 오후7시 을지로 청소년회관 504호. 시멘트 바닥을 울리는 금속성과 간간이 터져나오는 웃음소리로 왁자지껄하다.

한달 전부터 매주 금요일 이 곳을 대관해 모이는 '탭댄스 크루' 회원들. 교복을 채 갈아입지 못하고 온 여고생도 눈에 띈다.

조금은 생소한 용어를 큰 소리로 외치며 박자를 맞춰주는 '싸부' 는 인천전문대 무용과 2학년 김길환 (25) 씨다.

탭슈즈가 없어 구두바닥에 본드로 징을 붙인 회원들의 엉성한 복장과 검은 연습복, 목이 긴 탭슈즈 등 준비된 그의 차림이 대조적이다.

동호회는 전적으로 '나만 하는 춤' 으로 그치기엔 너무 아깝다는 김씨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삐삐번호를 적은 전단을 만들어 예술의 전당 등지에 붙였다.

연락 온 사람들을 모아 모임을 만든지 한 달째. 대학생.공무원.약사 등 모인 이들의 직업도 다양하다.

"탭댄스가 영화나 쇼에서만 알려졌지 사실 생소한 춤이잖아요. 배우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환영입니다.

" 고교졸업 후 뮤지컬.재즈댄스.방송안무 등 현대극단과 발레학원, 그리고 KBS예술단을 거치며 춤이라는 춤은 다 춰봤다고. 탭댄스를 만난 건 한 문화센터 강좌에서였다.

"쉽고 신나고 경쾌한 점에 끌렸어요. 소리가 나는 모든 것과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매력이었죠. 브레이크나 힙합과는 달리 나이 들어서까지도 할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들었구요. " 무일푼 백수에 가까운 처지에 월 15만원의 수강료는 '거금' 이었지만 기본기를 가르쳐주는 정도라 제대로 탭댄스를 배워보는 게 늘 소원이었다.

"기본이 되는 일곱 가지 스텝만 배우고 그걸 응용해 독학으로 쌓아올린 거나 다름없죠. 다행히도 제가 배웠던 재즈댄스랑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외국출장 다녀오는 사람한테 부탁해 비디오테이프를 구했는데 신기하게도 제가 나름대로 정리한 교습법과 내용이 많이 어긋나지 않더라구요. " 주로 연습했던 장소는 예술의 전당 미술관. 정확히는 미술관 벽 유리를 보고 추는 거다.

한갓진 곳인데다 전신을 비출 수 있기 때문에 연습실론 그만이었다.

춤추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그도 공부엔 영 취미가 없었지만 탭댄스를 만나고부턴 마음이 바뀌었다.

"춤을 한 5년 혼자 추다 보니 이론의 필요를 느꼈어요. 필요한 건 배워야죠. " 고교 졸업 5년만에 입학을 한 연유다.

얼마전 5월 무용제 때는 북을 치면서 탭댄스를 추는 퍼포먼스를 올렸다.

교수님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신기하다. 잘 춘다. 열심히 해봐라" 였다고. "백야, 코러스라인, 승리의 탭댄스, 코튼클럽…. " 탭댄스가 등장하는 영화를 꼽아달라면 청산유수. 아직 '탭댄스 = 젊은 춤' 이라는 이미지가 좀 약한 듯 싶어 대학로 등지로 거리공연도 나갈 생각이다.

우선은 동호회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게 소원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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