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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풍당당' 한국 CEO…외국업체서 두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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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국내에 둥지를 튼 외국업체에 '코리안 우먼 파워' 바람이 거세다. 한국코닝 이행희(40)사장 등 최고 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이들 대부분은 밑바닥부터 일을 차근 차근 배워 정상에 섰다.

한국코닝 이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16년 만인 올 초에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 사장이 처음 한 일은 영업사원을 돕는 일이었다. 이때 서류를 정리하며 제품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영업직으로 옮긴 이 사장은 당시 거래처에서 물건을 반품하겠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불량 제품이 없음을 입증한 일화가 있다. 3만개 분량의 유리관 소재를 자재창고까지 가서 손으로 직접 꺼내 하나 하나 검사한 것이다.

이런 적극적인 업무 태도와 고객 관리 능력을 인정받아 사장이 됐다는 것이 회사 내의 평가다.

이 사장은 지난달 본사의 임원이 주로 들어가는 '코닝 매니지먼트 그룹' 멤버로 뽑혔다. 이 사장은 "사내 언로를 활짝 열고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기르겠다"고 사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볼보자동차 이향림(43)사장은 수입차 업계의 여성 CEO 1호다. 영국의 글로벌 석유업체인 BP의 한국법인과 볼보트럭코리아를 거쳐 2001년 볼보코리아에 재무담당 이사로 들어갔다.

이화여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이사장은 원래 교육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유학비 마련을 위해 외국계 기업에 입사한 것이 그만 인생의 진로가 바뀌는 계기가 됐다.

"회사를 다녀 보니 적성에 맞고 숫자를 다루는 일이 재미 있었다"고 이 사장은 말했다.

그는 지난해 볼보코리아 상무에 오른 뒤 1년도 채 안돼 사장자리에 앉았다. 이 사장은 "무거운 볼보의 이미지를 친숙하게 바꿔 놓겠다"고 말했다.

피부 외용제를 만드는 한국스티펠 권선주(57)사장은 40세의 나이에 전업 주부에서 일약 CEO가 됐다.

서울대 약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권 사장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루 세시간씩 시간을 내 영어 및 전공 공부를 했다. 1986년 독일계 제약업체인 스티펠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공채한 사장 자리를 궤찼고 18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장인 그는 지금도 직접 병원을 찾아 다니며 약을 팔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경영에 적극 활용해 한국스티펠의 매출은 연평균 20%씩 성장중이다.

스티펠은 권 사장의 이같은 마케팅 기법을 '선주 클로닝(복제)'이란 이름으로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 개척에 접목하고 있다.

권사장은 "기업을 투명하게 경영하고 기업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홍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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