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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토요일밤의 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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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토니 박건형과 스테파니 배해선(가운데) 쌍이 젊은이의 욕망을 못짓으로 발산한다.

춤을 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정신없이 머리를 흔들고, 스테이지가 부서져라 두드리다보면 순식간에 달려드는 카타르시스. 이리 재고 저리 재던 이성적인 '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그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건 바로 '일탈'과 '자유'이다.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연출 윤석화)도 그랬다. 1970년대의 뉴욕을 배경으로 존 트래볼타가 무대를 누비던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뮤지컬은 춤으로 시작해 춤으로 막을 내렸다. 작품을 관통하는 추동력도 춤이었고, 관객들의 눈을 앗아가는 흡인력도 춤이었다.

그 한가운데 박건형(토니역)이 있었다. 그는 늘씬한 다리와 쭉 뻗은 왼팔, 골반에 오른손을 살짝 올린 섹시함으로 스스로 관객의 표적이 됐다. 그리고 독무든, 이인무든, 군무든 무대의 중심을 꽉 잡았다. 상대역인 배해선(스테파니역)의 춤과 노래도 돋보였다. 낮은 목소리로 엄지 손가락을 내밀며 "수~퍼브!(Superb!)"라고 내뱉을 때는 객석에서 폭소가 터졌다. 그 속에는 구질구질한 브루클린을 벗어나 '무지개 너머'의 맨해튼으로 건너 가고픈 젊은이의 욕망이 진하게 배어나고 있었다.

무대 뒤로는 맨해튼의 고층 빌딩이 저 멀리 반짝인다. 그래서 브루클린 젊은이들의 가난과 좌절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이들이 택하는 해결책은 춤이다. 고통스런 현실을 잊을 수 있는 '탈출구'이자 유일한 '해방구'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쇼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그러나 대사와 가사를 알아듣기 힘든 빈약한 사운드는 종종 귀에 거슬렸다. 그 약점을 춤이 가리고 있었다. 8월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2만~10만원, 02-3672-3001.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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