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서리]“강원도는 포기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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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서리가 선거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강원지사 선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金총리서리는 2일까지만 해도 선거전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다.

그러나 상황이 더이상 낙관이나 방관을 허용치 않았다.

이날 오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의 독대 (獨對) 를 계기로 JP의 자세가 확 달라졌다.

金대통령이 요청해 이뤄진 이날 독대에서 대통령은 총리에게 강원지사와 울산시장후보의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련후보인 강원도 한호선 (韓灝鮮) 후보와 울산 차화준 (車和俊) 후보의 사퇴종용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두 후보의 사퇴없이는 참패가 예상된다는 여론조사가 그 근거였다.

두 후보가 사퇴하면 두 지역 모두에서 무소속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고, 그들을 다시 여권에 영입할 경우 궁극적으로 야당의 승리를 막을 수 있다는 계산. JP는 車후보의 사퇴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묵시적 동의를 표시했으나 韓후보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JP가 강원지사 선거에 집착하는 것은 남다른 사연이 있어서다.

JP는 강원지사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국민회의와 진통을 거듭하던 당시 한 측근에게 "강원지사선거는 명예회복이 걸린 문제" 라고 말한 뒤 그같은 자신의 확고한 의지를 청와대에 전달토록 해 연합공천을 따냈다.

JP가 '명예회복' 이라고 하는 것은 지난 95년 지방선거에서 강원도에 자민련 최각규 (崔珏圭) 후보를 내세워 당선시켰는데, 한나라당에서 압력을 넣어 崔지사를 뺏어간 기억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자민련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JP는 청와대 독대를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대기중이던 박구일 (朴九溢) 사무총장에게 '강원도 총동원령' 을 내렸다.

2일 오후부터 朴총장을 포함해 김용환 (金龍煥) 부총재 등 부총재단이 줄줄이 강원도로 달려가야 했다.

JP가 묵시적 동의를 표시한 車후보에 대해서는 청와대와 박태준 (朴泰俊) 총재 라인이 가동됐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제시했던 여론조사결과를 설명하면서 朴총재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朴총재는 2일 밤 車후보를 만나 사퇴를 종용했다.

車후보는 한 때 사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3일 울산으로 내려가 '사퇴불가' 로 돌아섰다.

JP의 방관속에 사퇴종용이 실패한 셈이다.

반면 JP의 총동원령 덕분에 강원도 韓후보의 지지도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JP의 보기 드문 밀어붙이기가 이번 선거의 막판 관전 포인트가 됐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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