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노인들에 무료점심 내는 이정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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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매달 첫번째 월요일은 달팽이해장국으로 점심을 해결하세요. " 강원도홍천군홍천읍진리 홍천강달팽이해장국식당 (주인 李正一.51)에는 매달 첫번째 월요일마다 무의탁 노인과 영세민 노인들이 몰린다. 이 식당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달팽이해장국을 맛보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읍사무소 등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은 불우노인들만 이 식당을 찾았으나 최근에는 출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자 일반 노인들도 즐겨 찾는다. 홍천강달팽이해장국식당이 이처럼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부터. 경제난 속에 사정이 딱한 노인들이 점차 늘어나는데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남을 돕는 데 앞장선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 李씨와 부인 장숙자 (張淑子.46) 씨가 "작으나마 남을 위해 베풀며 살자" 고 다짐하면서 시작됐다.

李씨가 이같이 남을 위해 베풀며 살겠다고 결심한 데는 8살 때 부모를 모두 여의고 형제.친척도 없이 혼자 어렵게 살아온 인생 역정도 한몫했다. 매달 첫번째 월요일은 이 식당이 한달에 한번 쉬는 날. 李씨 부부는 불우노인들에게 무료 해장국을 대접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 가족과 즐길 수 있는 휴일도 반납한 셈이다.

영업을 하지않는 날이라 시간제한이 없다. 이때문에 오후3시 정도까지도 노인들이 찾아온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해장국 주재료인 달팽이는 李씨가 직접 홍천강 일대에서 잡아들이는 것으로 아욱.부추를 곁들여 넣고 된장으로 맛을 낸다. 건강식인데다 어릴 때 추억이 깃든 음식이라 노인들 모두가 좋아한다.

안용암 (安龍岩.82.노인회홍천읍분회장) 할아버지는 "李씨 덕분에 별미를 한달에 한번이라도 맛보게 돼 이만저만 기분이 좋은 게 아니다" 라며 즐거워했다.

홍천 =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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