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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서울시립오페라단 '호프만의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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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는 비제의 '카르멘' 다음으로 사랑받는 프랑스 오페라. '자동인형의 아리아' 와 '뱃노래' 를 백미 (白眉) 로 꼽지만, 여기에 호프만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 를 보태고 싶다. 이 노래는 전막에 걸쳐 흐르는 호프만의 시그널. 올림피아 (자동인형).안토니아 (가수).줄리에타 (창녀)에게 다른 가사를 붙여 이 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호프만의 이야기' 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무대인 뉘른베르크의 맥주집 옆 오페라극장에서 상연 중인 모차르트의 '돈조반니' 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 올림피아.안토니아.줄리에타는 모두 오페라 가수 스텔라 ( '스타' 라는 뜻) 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들이다. 세명의 여자들 사이에서 방황하는 호프만은 관객들의 동정심을 자아낼 만큼 순진하기 짝이 없다.

30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막이 오른 서울시립오페라단의 '호프만의 이야기' (연출 문호근.지휘 정치용)에서 테너 신동호는 예술가로서는 성공했으나 사랑에는 실패한 우울한 시인 호프만역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시종일관 자신의 음색을 유지하면서 흐트러짐 없는 연기와 발성으로 오페라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막에 자동인형으로 등장한 소프라노 공영숙도 콜로라투라의 매력을 한껏 발휘했다. 번역 대본으로 자막 (字幕) 없이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관객들은 가사 이해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교적 가사 전달이 명확했던 것은 호프만의 친구 니클라우스역의 메조소프라노 장현주. 막이 바뀌면서 한명의 성악가가 다른 역할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오페라에 등장하는 21명에 이르는 인물의 성격 부각이 아쉬웠다.

다만 안드레.코세닐.프란츠.피티키나초 등 5명의 배역을 해낸 테너 윤승호의 코믹 연기는 유난히 돋보였다. 국내 정상급 성악가들과 관현악단, 스탭진이 총동원된 이 공연은 성공적인 작품을 낳을 수 있는 필요조건은 갖추었지만 충분조건, 즉 무대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만 음악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지휘자, 소수의 주인공보다 군상 (群像) 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관객의 지루함을 덜어준 연출자의 의도는 높이 살만하다.

'호프만의 이야기' 공연은 3일까지 계속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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