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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2억5000만원짜리 여행 패키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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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

어느 날 문득 우리네 일상에 우주가 들어왔다. 지난해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더니, 요즘엔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를 한 달여 앞두고 우주 타령으로 허구한 날 요란하다. 그렇지 않아도 지구가 비좁은 듯한 느낌이었는데, 적어도 밥상머리 대화가 대기권 바깥까지 확장된 듯해 기분은 나쁘지 않다.

여기에 우주에 관한 뉴스가 하나 더 있다. 어찌 보면 만우절 뉴스 같은 소식인데, 아무튼 우주여행 여행사가 만들어졌고, 현재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 여행사의 이름은 영국에 본부를 둔 버진 걸랙틱. 영국의 민간항공사 버진 애틀랜틱의 자회사다. 그 회사의 서울사무소를 찾아가 면전에서 물어봤다. 서울사무소 측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아래와 같다.

우주비행사 2명을 포함한 8명이 15㎞ 고도까지 상승한다. 그 지점에서 우주비행선이 모선에서 이탈해 110㎞ 상공까지 치솟아 오른다. 그 상공에서 무중력 상태를 5분쯤 경험하고(기념사진도 찍고) 지구로 귀환한다. 전체 비행시간은 약 2시간. 1인당 요금은 20만 달러(약 2억5000만원)다. 현재 우주선은 미국 뉴멕시코 우주기지에서 시험 비행 중이고, 내년 하반기부터 예약자 순으로 탑승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8만5000명이 신청했고, 300여 명은 예약금(2만 달러)도 냈다. 거기엔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포함돼 있다. 한국인 예약자는 아직 없지만, 일본은 벌써 11명이나 된다. 그중 7명이 여성이란다.

찬찬히 설명을 듣고 보니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었다. 과학적 근거가 탄탄했고, 사전 준비도 치밀했다. 가격이 비싼 게 걸리지만, 지구에서 잠시라도 발을 뗄 수 있게 해준다 하니 돈 있으면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못 미더우시면 영국 본사 홈페이지(www.virgingalactic.com)에 접속해 보시든지, 서울사무소로 직접 전화를 걸어 보시라(02-752-4131).

SF 고전 중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란 소설이 있다(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다). 그 소설에선 우주여행은 특별한 장치나 복잡한 설명이 없어도 가능했다. 아랫마을 마실 다녀오는 일처럼 시시하게 그려졌다. 우주여행을 다룬 허다한 SF 중에서 가장 기상천외한 작품이다.

그러니까 모르는 일인 거다. 100년쯤 뒤, 여행기자의 업무 중에 우주여행 패키지 상품 정리가 들어 있을 수 있는 거다. 10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여름에 해외여행을 계획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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