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떠들면 역효과 확성기 유세에 주민들 항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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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떠들면 감표, 득표는 조용히. ' 수도권 단체장선거에 나선 金모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첫날 한차례 골목 유세를 해본 뒤 유세방법을 전면 수정했다.

스피커를 틀자마자 "아이들 잠을 깨운다" "노모가 싫어한다" 는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쳐 표만 깎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金후보는 이후 선거운동원들에게 "기호.이름을 연호하지 말고 인사만 할 것" 등 소음억제 대책을 지시했다.

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점점 높아져야 할 후보들의 '목청' 이 오히려 잦아들고 있다.

후보들은 확성기나 대규모 자원봉사대를 동원하는 기존 선거운동방식이 유권자들로부터 역효과만 불러일으킨다고 보고 조용하게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

◇ 조용한 유세 = 인천시장 선거에 나선 한 후보는 선거운동원들에게 '공공장소나 주택가에서 기호나 후보이름을 연호하지 말 것' '일몰 뒤 유세차량을 철수할 것' 등의 지침을 내렸다.

또 최대 11대까지 사용할 수 있는 유세차량을 3대만 운행하고 이중 2대에 멀티비전을 설치, 유권자들의 청각보다는 시각에 호소한다는 전략이다.

중산층 이상이 많이 살고 있는 광주시동구운림동의 경우 구청장과 시의원.구의원 후보 7명이 모두 '벙어리'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피켓을 들고 늘어서서 운동원들이 미소와 함께 인사만 할 뿐 확성기.육성을 통한 지지 호소를 가급적 피하고 있다.

구의원 후보 趙모씨는 "처음엔 본체만체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젠 먼저 쳐다봐 줄 뿐 아니라 인사를 하면 고개 숙여 받아준다" 고 말했다.

◇ 빈 차 유세 = 서울서대문구홍은동 B아파트 입구에는 각 후보의 포스터를 줄지어 붙인 승용차 서너 대가 며칠째 주차돼 있다.

현수막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과 유권자들의 냉담한 반응 속에 기호와 이름이라도 알려보기 위해 현수막 대신 홍보차량을 쓰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춘천시 한 도의원 후보는 최근 춘천시온의동 도 (道) 향토공예관 앞에 자신의 기호와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부착한 트럭을 세워놓고 있다.

트럭에는 물론 운동원이 없다.

그냥 지나치는 시민들이 이를 보도록 한 것이다.

전북전주시덕진구우아동 신우아파트 옆 도로변과 효자.인후동 등 아파트 밀집지역 10여 곳에도 후보.선거운동원들이 세워놓은 홍보차량이 하루종일 주차돼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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