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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해외투자]수십억불 사업 벌여놓고 속앓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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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던 해외공장 건설이 국제통화기금 (IMF) 강풍에 휘말려 무더기로 중단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중공업 등 국내 대표적인 업종의 대규모 해외투자는 구조조정에 바쁜 국내 기업의 형편상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형편이 못되는 데다 이미 들인 돈이 적지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삼성.현대.대우 등 대기업들은 해외공장에 외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모자라는 투자자금을 충당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을 경우 공사지연 등에 따라 해외전략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상당한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전자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총투자비 14억달러, LG반도체는 웨일스에 22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의 건설에 나섰으나 부지조성과 건물 공사만을 끝낸 후 생산설비 도입을 늦추면서 외국자본과의 제휴를 추진중이다.

현대전자는 IBM 등 미국 주요 컴퓨터 업체들과 영국 공장은 물론 국내외의 다른 공장들에 대한 자본제휴도 모색하고 있다.

LG반도체는 구본무 (具本茂) LG회장이 최근 사장단협의회에서 "불요불급한 투지를 최소화하라" 는 언명에 따라 웨일스 공장에 대한 설비투자를 연기해 놓은 상태. 회사측은 "웨일스 공장의 전체 투자비 가운데 30% 이상을 현지금융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나 IMF 여파로 애를 먹고 있다" 며 "일단 현지 지방정부와의 협의아래 완공시기를 6개월 이상 늦춰 놓았다" 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영국 윈야드 지역 전자단지 건설을 위해 총 7억달러를 들이기로 했으나 2억달러 규모의 1단계 공장만 완공하고 나머지 투자는 연기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인도네시아 지역에 자동차 공장을 추진했으나 현지의 외환위기 등으로 사업추진 자체를 축소하거나 보류한 상태다.

이밖에 포철은 인도네시아에 추진중이던 열연철강.스테인리스 공장 두 곳을 착공만 한 채 공사를 중단했으며, 대우전자는 자카르타 인근에 가전제품 공장을 짓기 위해 부지만 매입한 후 건설을 미루고 있다.

대우중공업은 미주지역에 연산 1천대 규모의 공작기계 공장 설립을 추진했으나 최근 이를 백지화했고, LG화학은 중국에 석유화학 가소제공장을 상반기중 착공할 계획이었으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 한 관계자는 "IMF 이후 국내 기업들이 내부를 추스르기에 바쁘다보니 해외공장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어졌다" 며 "이같은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세계시장을 겨냥해 수년간 추진해온 해외투자 전략이 중대한 기로에 설 것" 이라고 우려했다.

고윤희.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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