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2편]짐 길레스피 감독 '나는…알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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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의 작은 어촌.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네명의 젊은이들은 독립기념일 축제를 즐기며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음주운전중 도로에 있던 사람을 치어죽인 이들은 시체를 물 속에 빠트리고, 절대 비밀에 붙이기로 언약한다.

그러나 1년후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는 단 한문장만 씌어진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면서 죽음의 공포가 이들을 휩싼다. 어부 복장을 하고 갈고리를 든 살인마는 이들 네명의 주변인물들을 하나하나 죽이면서 목을 죄어 온다.

국내엔 소개되지 않았지만 공포영화 '스크림' 1, 2편으로 세계적으로 대단한 바람을 일으킨 케빈 윌리암슨이 각본을 쓴 이 영화는 '록 (rock) 호러' 라는 말을 유행시켰을 만큼 색다른 분위기의 공포물이다. 주인공들은 가죽 점퍼와 미니스커트,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배경 음악도 비트가 강한 록음악이 깔린다.

그러면서도 갈고리 등을 마구 휘두르는 이른바 '슬래셔 무비' 의 성격도 갖고 있어 깜짝깜짝 비명을 내지르게 만든다. 관객들에게 정보를 조금씩 흘림으로써 살인마의 정체를 알아맞추도록 치밀하게 스토리가 짜여진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장편영화를 처음 만들어 본 짐 길레스피감독은 '수수께끼' 풀이에만 몰두한 나머지 배우들로부터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연기를 끌어내지도 못했을 뿐 더러 각각의 상황과 분위기로부터 긴장을 조성하는데도 실패했다.

6월6일 개봉.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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