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금자보호 축소 불가피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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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일정액이상 고액예금의 원금을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발상은 그 정책이 가져올 단기적인 파장에도 불구하고 방향은 제대로 잡힌 것이다. 정부관계자도 이미 정부가 약속한 기존예금의 보호는 계속 이행을 원칙으로 하고 시행령개정 이후 신규 가입 예금에만 보호축소 조치를 적용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과도적인 조치는 신용질서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과도한 예금자보호는 두가지 측면에서 시장경제의 기본과 배치된다.

하나는 예금자도 높은 이자를 향유하려면 금융기관을 선별해야 하고 만약 금융기관이 경영을 잘못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경우 부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정부가 마련할 수 있는 구조조정 재원에 한계가 있어 과도한 예금자보호를 무한정 지속할 수가 없는데다 국제적인 규범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가 수십조원의 재정을 투입해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할 판에 언제까지 예금자나 금융기관의 비도덕적인 경제행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정책은 타당성이 있다. 이번 조치로 금융기관이나 예금자 모두 자신의 경제행위에 대한 책임의 범위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 셈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의 예금자보호를 악용해 부실금융기관이 고금리유치경쟁을 일삼아 왔고 예금자도 고금리만 선호해 결국 구조조정비용만 더 불려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이번 조치로 행여 국민의 금융저축성향이 갑자기 낮아지거나 금융질서 전체에 대한 불신풍조가 확산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조치의 경제적 명분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왜 예금자도 금융기관을 선별해야 하는가를 설득해야 한다. 즉 이번 조치로 모든 금융기관에 대한 예금이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차별화를 위해 예금자도 스스로 책임을 지고 협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정액이상의 고액예금이 어떤 수준이어야 하는가를 이같은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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