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계약부주의로 세금 130억 날릴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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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시가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면서 시공사와 계약업무를 부주의하게 처리하는 바람에 시민세금 1백30억원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하수처리장 건설부지 매입자금 부담책임에 관한 '계약문서' 를 작성하지 않는 바람에 이같은 일이 빚어진 것. 서울고법 민사11부는 최근 서울시가 대한주택공사 (주공) 를 상대로 지난 95년 낸 약정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서울시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련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주공과 하수처리장 신설 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의 목적.계약금액 등을 명시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나 서울시와 주공 사이에는 공문만 오갔을 뿐 계약서가 없다" 고 밝혔다.

3년에 걸친 양측의 법정공방은 상계.중계.월계동 일대 대단위 택지개발이 추진되던 86년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공은 상계택지개발지구를 조성하면서 노원구월계동314일대 1만6천여평에 월계하수처리장을 건설하기 위한 토지매입을 추진했으나 혐오시설 설치에 반대하는 민원이 거세자 사업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주공은 기존의 중랑하수처리장을 증설해 사용키로 하는 대신 월계하수처리장 예정부지를 매입해 시에 기부채납키로 했다.

하지만 토지소유자들의 반대로 전체부지 가운데 1만1천여평만 사들인 주공은 "시가 나머지 5천여평을 강제수용하면 그 비용을 부담하겠다" 고 제안했고 이에따라 시는 91~92년 1백30억원을 들여 이를 매입했다.

이후 주공은 94년 1만1천여평을 시에 기부채납했으나 5천여평의 매입비용에 대해서는 "주공의 토지매입 때보다 10배 가량이나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시가 토지를 사들인 만큼 87년의 감정평가액 (10억3천여만원) 이상은 부담할 수 없다" 고 버티자 시는 95년2월 주공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시는 1백30억원의 혈세 (血稅) 를 꼼짝없이 날릴 판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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