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다시 휘청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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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구조조정의 본격화로 가뜩이나 불안조짐을 나타내던 금융시장이 엔저 (円低) 복병을 만나 더욱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신용경색과 엔저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감으로 주가가 300선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는가 하면 원화환율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26일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때 310마저 무너진 끝에 전날보다 19.91포인트 내린 311.99로 마감돼 이틀째 폭락세를 이어갔다. 지난 25일 외국인 주식투자 한도가 완전 폐지됐는데도 불구하고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틀째 '팔자' 에 나서는 등 발길을 돌리기에 바빴다.

원화환율 (종가기준) 도 전날보다 달러당 9원 오른 1천3백93원으로 마감돼 사흘째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냈지만 엔값이 더욱 떨어질 경우 1천4백원대 진입은 시간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날 도쿄 (東京) 외환시장의 달러당 엔화시세는 전날보다 0.54엔 떨어진 1백37.67엔을 기록했다.

국내 주가폭락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은 시중자금 경색이 심해지고 은행권의 부실기업 판정 시한이 임박하면서 기업의 연쇄부도 우려가 증폭된데다 외국인들의 환율변동 리스크를 피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거 자금을 빼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의 신규대출은 이달 들어 하루 평균 1백15억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30%선으로 급감했다.

은행입장에서는 대출은 외면하고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환매조건부 (RP) 국공채 매입 등 유가증권 투자에 골몰하는 바람에 콜.RP등 금융기관간 금리는 최근 한달새 연 2~3%포인트나 떨어진 반면,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은 18%대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기업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 엔화의 급락현상까지 겹치고 있는데 대해 재정경제부측은 "달러당 엔화환율이 1백40엔까지는 버틸 수 있으나 그 이상 올라가면 한국 수출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재경부 당국자는 최근의 금융시장 움직임에 대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혼란" 이라고 전제하고 "주가만 따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 뿐 아니라, 지금 단계에서는 그런 정책을 펴서도 안된다" 고 밝혔다. 쌍용증권의 스티븐 마빈 이사는 " 주가의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며, 구조조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경우 하반기께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고 진단했다.

홍승일.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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