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한국사회 : 소통의 길은 있는가’ 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광장’을 놓고 보수와 진보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독재’ 논쟁까지 등장했다. 중간지대는 점점 엷어지고 좌우 양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이때, 양쪽의 소통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중앙일보 시민사회환경연구소와 시민사회포럼이 15일 공동 주최한 ‘격랑의 한국사회:소통의 길은 있는가’ 집담회(集談會)다. 보수·진보를 대표하는 인사들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시대정신 이사장)와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발제를 했다. 보수·진보 활동가와 교수·학생 50여 명이 참석해 자유로이 의견을 나눴다.

15일 열린 ‘격랑의 한국사회:소통의 길은 있는가’ 집담회에서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左), 박재창 시민사회포럼 대표(中),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김태성 기자]


◆“대한민국은 고도의 민주 국가”=안 교수는 진보 진영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민주화 운동이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다르다”고 말했다. “대의민주주의가 엄연히 실현되고 있는 마당에 (진보 진영은) 민노당의 인민민주주의, 진보신당의 마르크스적 민주주의 등 다른 민주주의를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도 지난 정권에서 참여민주주의라고 구호만 외쳤지 분명히 보여준 건 하나도 없다”며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끊임없이 불만만 얘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을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고도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해야 한다”며 “헌법을 인정하는 바탕 아래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야 할 길 너무 멀다”=박 변호사는 “(안 교수와) 생각이 다른 점이 굉장히 많다”며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자유는 영원한 감시의 대가”라며 “정성을 모아 보살피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후퇴하기 쉽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정책의 조건 없는 단절’을 중점적으로 비판했다. “전 정권의 모든 정책과 가치를 무시한 채 새로운 정책을 구상하면 실현은 언제 하는가”라며 “다음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단절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밖에 ▶인사 탕평책을 실시하고 ▶국정에서 친인척을 배제하며 ▶토목공화국 발상을 버릴 것 등을 주장했다. 특히 “이념정부가 돼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상대방에 대한 낙인 찍기를 그만두고 온전한 시민의 참여 공간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가 끝난 뒤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는 민주주의를 하지 않으니 국민이 촛불을 든 것”(이삼열 에코피스아시아 이사장)이란 주장부터 “소통을 하자면서 욕하고 떼쓰면 상대방이 용인해 주겠는가”(송호열 서원대 교수)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소통을 위해선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상대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없으면 위험하다”(차명제 동국대 교수), “상대방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바탕 되지 않고서는 한 발짝도 진전될 수 없다”(박홍순 열린사회시민연합 공동대표) 등 여러 참여자가 한목소리를 냈다.

권호 기자, 임지현 중앙일보 대학생NGO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