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1년 내 다시 주저앉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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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주가 상승은 전반적인 약세장 속의 반짝 오름세이며 앞으로 대략 1년 안에 주저앉을 수 있다.”

15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소개한 한 증시 분석기관의 전망이다. 최근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시장에선 “드디어 본격적인 강세장이 시작된 것이냐”는 낙관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과거 증시를 분석해 볼 때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을 내놓은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1900년부터 지금까지 뉴욕 증시를 네 번의 ‘장기 강세장(Bull Market)’과 네 번의 ‘장기 약세장(Bear Market)’으로 나눴다. 해당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수십 차례의 ‘단기 강세장’과 ‘단기 약세장’이 번갈아 이어졌다고 봤다. 이번 오름세는 2000년에 시작한 네 번째 장기 약세장의 와중에 나타난 단기 강세장이라는 게 이 기관의 결론이다.

기술적인 의미에서도 지금의 상승을 강세장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보통 주가가 장기적으로 20% 이상 오르면 강세장, 반대로 20% 떨어지면 약세장이라고 한다. 다우지수(12일 현재 8799.26)가 3월 저점(6547.05)에 비해 상당히 오른 건 사실이나, 1만4164.53을 기록했던 2007년 10월에 비해선 38%나 떨어져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 역시 직전 고점을 40%나 밑돌고 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그동안 장기 강세장은 6~24년, 장기 약세장은 13~16년 이어졌다. 장기 강세장 기간에 단기 강세장과 맞물리면 주가가 평균 110%나 뛰었다. 그 기간도 3년 가까이 지속됐다. 그러나 장기 약세장 때 나타난 단기 강세장은 1년6개월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상승폭도 평균 64%에 그쳤다.

WSJ는 이런 역사적 경험이 맞아떨어진다면 3월에 시작된 이번 단기 강세장은 수명이 1년3개월 남았다고 지적했다. 또 3월부터 지금까지 다우지수가 이미 34% 올랐으므로 앞으로의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공식에 대입해 볼 때 장기 강세장은 앞으로 4~7년은 지나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의 장기 약세장이 2000년 1월 14일에 시작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최고투자전략가인 팀 헤이스는 “지금의 단기 강세장이 내년까지 이어지더라도 고금리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제금융 거품’ 우려=미국을 비롯한 각국 증시의 상승이 ‘구제금융 거품(Bail-out Bubble)’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각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졌다기보다 각국 정부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쏟아부은 자금 덕분에 잠시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푼 엄청난 자금을 기업들이 소화해 내지 못하자 그 돈이 금융시장으로 흘러 들었다는 것이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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