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고공 공격의 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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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

<결승2국> ○·이세돌 9단(1승) ●·쿵제 7단(1패)

제12보(83∼89)=쿵제 7단은 한바탕 미로를 헤매다 돌아온 기분일 것이다.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좌변 6점을 잡았으나 훨씬 더 큰 좌하 6점을 내주고 말았다. 그는 속으로 통탄했을 것이다. 어찌하여 이세돌하고 바둑을 두면 이렇게 홀리고 마는 것일까. 백△만 해도 예상에 없던 수였다. 이렇게 끊는 수는 아마추어적 수법이고 대개는 안 되는 수라서 논외로 쳤던 것이다. 그래서 흑▲ 두 점이 살아 있다고 가정하면 좌하 쪽은 A까지 달려가는 끝내기도 있고 해서 흑의 손실은 의외로 별게 아니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무식한(?) 백△에 쿵제는 그만 가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참고도’ 흑1, 3으로 젖혀 들어가면 백은 4로 끊는다. 흑에겐 5, 7쪽에서 조이는 맛도 있어 탄력이 꽤 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잘 안 된다. 12까지 꾹꾹 막았을 때 이 흑이 사는 수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다 죽었다고 인정하니 기운이 쭉 빠진다. 이세돌에게 집이 부족해지면 그 뒤는 지옥이다! 85 같은 고공 공격은 쿵제 바둑에서 거의 볼 수 없는 수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싫은 공격을 감행하고 나선 것은 집짓기로는 이미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흑의 목표는 전투를 확대시켜 중앙까지 끌고 온 다음 ‘참고도’ 쪽과 연결시키는 것. ‘참고도’를 보면 B, C 언저리가 다 선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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