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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포인트 레슨] 쉬는 것도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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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부동산 시장이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의 재건축 단지 매매가가 최고 1억원 이상 떨어지고 아파트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매매가에 대한 전세가 비율이 50% 아래로 떨어져 '역 전세대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향후 주택가격을 선반영하는 지표로 인식되고 있는 이 비율은 계속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데도 부동산 투자 심리는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 수도 이전이라는 대규모 호재가 있는 충청권엔 투자 시기나 대상과 관계없이 투자하려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서울 강북 뉴타운 쪽도 투자열기가 높다. 연 4%에 불과한 은행예금과 700선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주식시장의 침체도 전통적인 부동산 선호 심리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10년 만에 호황이라는 토지 시장은 거래허가제 강화 등 법적 제한이 많아져 생각보다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충청권 토지는 단기간에 가격이 뛴 데다 마땅한 매물도 없어 거래 실종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강북 뉴타운의 경우 사업추진 기간이 길고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투자한 부동산이 수용될 수 있어 위험도가 높다.

최근 고소득층의 주요 투자대상이던 중소형 빌딩도 가격이 오른 데 비해 공실률은 높아져 투자자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임대용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역시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현금을 쥐고 있기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이 아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처럼 '쉬는 것도 투자'라는 재테크 격언이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을 것 같다. 마침 정부도 부동산 시장이 너무 빠르게 냉각되는 조짐을 보이자 투기지역을 일부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김재언 삼성증권 부동산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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