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價紙 '스케치'발간 큐레이터 최금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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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사동 화랑과 미대 실기실 등에 뿌려지는 '삐라' 를 보신 적이 있는지. 서남미술전시관 큐레이터 최금수 (31) 씨가 올초부터 만들기 시작한 계간무가지 '스케치' . 18일 2호가 나왔다.

인터넷 상에서도 만날 수 있다.

(http://www.blupers.com) "잡지라기엔 좀 그렇고 그냥 전단이죠. "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는 말마따나 A4용지 8쪽 분량의 이 한없이 가벼운 전단은 딱딱함이나 엄숙함 등과는 거리가 있다.

'불황' (1호) '아방가르드' (2호) 등의 키워드를 현장에서 체험하고 나름대로 해석한 미술평론가.큐레이터.미술잡지 기자들의 감정과 감각이 살아있는 생생한 '의견 중심' 이다.

"미술관련잡지는 대개 딱딱한 도록 (圖錄)에 그치거나 어려운 용어들을 나열하는 식이거든요. 꼭 얘기하고 싶은 핵심만 짚어 간단하게 담아본다면 좀더 많은 이들에게 쉽게 읽히지 않을까요. " 미대 졸업후 가나아트 기자를 거쳐 3년째 큐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그가 올초부터 스케치를 만들게 된 이유는 '답답해서' 다.

"좀 다른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학맥.인맥 중심으로 굳어진 편협한 취향에서 벗어나 보려는 발버둥이라고 보면 됩니다. " 예를 들면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구상이 심오한 추상보다 결코 못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숲으로 가는 길' (윤여걸.1호) '한국근대사 - 11' (신학철.2호) 등 주류로 주목받지 못했던 80년대 형상미술 등을 표지로 등장시켜 90년대의 감성으로 재조명한다.

인쇄는 나무기획에서 공짜로 해주고 있지만 나머지 70여만원 가량의 제작비는 모두 자비다.

"광고나 협찬은 '내 목소리' 에 걸림돌이죠. " 좀 엉뚱해보이는 그의 시도가 모노톤의 주류에 풍부한 색감을 불어넣기만 한다면….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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