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라늄 농축 기술 수준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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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이 성과(성공)적으로 진행돼 ‘시험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의 원료인 우라늄-235(U-235)의 비율이 90% 이상인 우라늄을 말한다. 현재로선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북한이 ‘시험 단계’라고 공언함에 따라 초보적인 ‘가스원심분리 기술’은 확보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1996년 파키스탄과 협약을 맺고 노동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우라늄 농축 기술과 자재 등을 들여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칸 박사와의 커넥션을 통해 원심분리기 20여 대를 북한이 도입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당장 우라늄탄에 들어갈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원심분리기 20여 대로는 1년에 600g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을 만든다. 우라늄 핵폭탄 1기를 만드는 데는 고농축 우라늄 15∼20㎏가량이 필요하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원심분리기 2600개를 만들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 150t을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 원심분리기를 만들었는 지는 미지수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고강도 베어링 등은 스웨덴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생산되며, 전략물자로 간주되는 수출 통제 품목이다. 북한이 자체 기술로 고강도 베어링을 만들었다 해도 농축 효율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가스원심분리법=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어 분당 5만 회 이상 초고속으로 회전시킬 때 생기는 원심력을 활용해 U-235와 U-238을 분리해 낸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U-238은 외부로 쏠리고 핵무기의 원료인 U-235는 안쪽으로 모이게 해 U-235의 농도를 높이면 U-235가 90% 이상인 고농축 우라늄이 생성된다. 이때 쓰이는 원심분리기는 지름 30㎝에 길이가 1∼2m인 원통이 베어링 위에서 회전하는 장치다. 원통은 고강도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등의 금속으로 제작된다. 원심분리기 1개를 1년간 돌리면 90% 이상 고농축 우라늄을 30g 정도 분리해 낼 수 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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