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에세이]일본 '자이언츠 야구'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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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월간 간카이 (官界) 지 편집부에서 일하는 오기노 쇼시 (荻野昌史.35.도쿄) .독신인 그의 즐거움중 하나는 퇴근해서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것이다. "소파에 기대앉아 캔 맥주를 마셔가며 경기를 볼 때는 신선 놀음이 따로 없지요. " 그는 중학교때부터 야구광이었다. 오기노뿐만이 아니다.

일본 보통사람중 상당수는 이처럼 프로야구 중계를 즐긴다.

생활의 일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62년의 긴 역사, 야간경기 중계, 고비용 밤문화 등이 빚어낸 현상인 듯하다.

그런데 일본 프로야구계에는 우리 시각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 가 있다.센트럴.퍼시픽 리그 각 6개팀이지만 요미우리 자이언츠 (센트럴) 한팀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도쿄를 지역 연고로 하는데도 자이언츠는 전국 야구팬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길을 가다가도 "이겼어" 라는 얘기가 나오면 그냥 자이언츠가 이겼다고 보면 될 정도다.

그렇다고 자이언츠 경기가 특별히 박진감 넘치거나 성적이 빼어난 것도 아니다. 90년대 들어 94년 재팬시리즈를 제패한 후로는 바닥권을 맴돌았고 올해도 16일 현재 3위다.

자이언츠의 인기는 여러가지가 어우러진 결과다.철저한 팬 서비스, 재팬시리즈 9연패 신화 등 화려한 역사, "자이언츠가 이기면 경기 (景氣)가 좋아진다" 는 속설, 호화 멤버 등등…. 팬이 많다보니 공중파 민간방송은 야간 경기의 경우 자이언츠전만 중계한다. 중계 내용도 자이언츠에 치우쳐 있다. 스포츠 뉴스도 마찬가지다.

요미우리 계열사인 니혼TV가 중계할 때는 4번 타자를 '일본타자' 라 부르기도 한다. 게임의 룰이 지배하는 야구장내와 달리 야구장 밖에선 '불공정한' 구석이 한둘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장외의 룰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 일본 프로야구는 곧 자이언츠이고, 자이언츠는 일본 특유의 화 (和) 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주니치의 선동열.이종범보다 자이언츠의 조성민이 일본인들에게 더 깊은 인상을 심어줄지 모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오영환 〈ohyh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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