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G, 새 CEO 로버트 맥도널드 선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8호 28면

“관료제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미국의 세계 최대 소비재 기업인 프로턱 앤드 갬블(P&G)이 새 최고경영자(CEO)로 로버트 맥도널드(56·사진)를 선임한 직후 월가에서 나온 평이다. 현재 그는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일상 업무와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그런 만큼 P&G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선임 뒤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좀 더 단순하고 유연한 조직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며 “단순한 조직은 생산성과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말했다. 자신의 임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관료주의·비효율 극복 위한 승부수

P&G는 관료주의에 따른 느린 의사결정으로 악명이 높다. P&G는 앨런 G 래플리 현 회장 겸 CEO의 지휘 아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10년 새 연간 매출액이 두 배 늘어 지난해엔 835억 달러(108조원)가 됐다. 80개 나라에 임직원 13만8000명을 거느리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발생했다. 경쟁 기업이 혁신을 단행해 좋은 제품을 싸게 내놓는 데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이는 성장의 둔화로 이어졌다. 2008년 이후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이 둔화됐다. 그 결과 주가는 지난 한 해 16%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지난 주말까지 추가로 16%가 하락했다. 지난달에는 내년 주당 순이익이 3.8달러에 그칠 것이란 예상을 발표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3.92달러)보다 낮은 것이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래플리 성장 전략이 한계에 도달해 CEO 교체가 예상된다”는 말이 나돌았다.

월가의 예상대로 래플리가 사실상 2선으로 후퇴한다. CEO 자리를 내놓고 회장 역할만 한다. P&G는 전통적으로 CEO는 내부에서 뽑아 왔다. 그래서 CEO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사내 경쟁이 다른 기업보다 치열하다. 또 한번 CEO가 되면 정년인 65세까지 가는 게 P&G의 전통이다. 맥도널드는 50대 중반이다. CEO가 되려는 야망을 품은 사람은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나이가 맥도널드보다 많다면 CEO가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드미트리 파나요토포울로스 등 부문 사장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자연스럽게 경영진 물갈이가 일어날 것이란 얘기다.

고위 임원들이 P&G를 떠나면 맥도널드는 자기 사람을 심어 조직 개혁에 나설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미 공수부대 장교로 근무하던 시절에 익힌 돌파력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이다. 그는 열한 살 때 당시 하원의원인 도널드 럼즈펠드에게 육사 시험을 보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그는 6년 동안 계속 육사 시험을 치렀다. 그 결과 17세에 육사에 합격했다. 동기 가운데 최연소였다. 1975년에 졸업한 그의 특기는 공수였다. 그는 공수부대에 근무하면서 유타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군에 대한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80년 대위로 예편하고 P&G에 합류했다. 그는 “군대생활이 적성에 맞았지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어 예편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P&G에 입사한 이후 29년 동안 근무했다. 그는 “사람을 지휘하고 결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군대에서 체득한 리더십과 결단력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맥도널드의 선임은 P&G가 아시아에 주력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그는 대표적인 아시아통이다. 그는 90년대 내내 동아시아 시장을 담당했다. 회사 내에서 아시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일본어도 할 줄 안다. 그는 중국과 인도 시장의 매출을 멕시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발판으로 그는 2001년 직물·가정용품 부문 사장이 됐다. 3년 뒤인 2004년에는 글로벌 부회장에 올랐고, 2007년에는 COO가 됐다. 이어 2009년엔 마침내 CEO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