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군내부 강·온파 분열조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의 실질적인 권력 버팀목인 군부에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아직 반수하르토노선을 공개적으로 천명하진 않고 있지만 이번 유혈사태와 수습방안에 약간의 차이가 노출된 것이다.

첫 징후는 지난 16일 위란토 국방장관이 군의 발포로 민간인이 사망했다며 실수를 시인한 후 군의 발포가 정식지휘계통을 통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한 점. 이는 군내부에 강경파와 온건파가 존재하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군부원로인 케말 이들리스 중장을 비롯한 퇴역 장성들도 수하르토대통령의 하야를 공식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군부내 변화조짐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증이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이같은 군부내 갈등조짐이 수하르토정권을 무너뜨릴 집단행동이나 쿠데타로 연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한다. 44만8천여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군은 수하르토 대통령에 의해 완벽하게 장악되고 있다는게 이들의 설명. 인도네시아 군서열 1위인 위란토 국방장관겸 군참모총장과 군서열 2위 수바기오 육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는 모두 수하르토의 전속부관 출신으로서 그의 분신들이다. 7년동안 주 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 무관을 지내 인도네시아군에 정통한 예비역 장성 서세호 (徐世鎬.54.육사 23기) 씨는 "군지도부의 높은 충성도로 인해 군부의 동요가 발생하기 힘들 것" 이라고 진단했다.

유광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