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를 겪은 뒤라 외환거래의 전면자유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단계별로 외환거래를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외국인이 투자를 하거나 기업을 매수하려 해도 외환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그 시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조치로 정부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와 외자유입 촉진을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외환거래 자유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종합금융사의 무분별한 단기외채 때문에 혼이 났는데 규제를 더 풀면 일시적으로 외화유출입이 급증할 경우 경제적으로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또한 외환거래법을 집행하고 있는 부처에선 자본의 해외도피나 범죄 및 마약자금의 국제적 자금세탁 행위가 늘어날 것도 염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외환거래의 장벽을 모두 없앨 경우 국제시장의 상황변동이 즉각적으로 국내에 유입돼 거시경제정책의 자주성 (自主性) 이 줄고 변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이 반대 내지 유보논리의 근거다.
그렇지만 외환사정이 아주 안좋은 요즘이 외환자유화를 일거에 실시할 수 있는 적당한 시점이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무역수지가 흑자고 외환사정이 좋을 때 자유화를 서두르면 통화증발 압력을 견디기가 어려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본유출보다는 자본유입이 많이 기대되는 요즘이 외환자유화를 할 시기인 것이다. 외환거래를 막는다고 환란 (換亂) 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푼다고 자본도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자유화를 일거에 시행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해나가느냐의 문제다. 언뜻 보기에는 단계적 자유화가 위험부담도 적고 더 신중한 자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자유화는 항상 가급적 예외없이, 그리고 경제 전체에 도입하는 쪽이 왜곡을 줄이는 방안이다. 물론 이 경우 급격한 자유화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거부감이 문제가 되는데 정부는 충격흡수와 유사시 안전장치를 준비해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