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자유화는 한꺼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외환위기를 겪은 뒤라 외환거래의 전면자유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단계별로 외환거래를 완전 자유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외국인이 투자를 하거나 기업을 매수하려 해도 외환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어 그 시정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번 조치로 정부는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 제고와 외자유입 촉진을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외환거래 자유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도 종합금융사의 무분별한 단기외채 때문에 혼이 났는데 규제를 더 풀면 일시적으로 외화유출입이 급증할 경우 경제적으로 혼란이 오지 않겠느냐고 걱정하고 있다.

또한 외환거래법을 집행하고 있는 부처에선 자본의 해외도피나 범죄 및 마약자금의 국제적 자금세탁 행위가 늘어날 것도 염려하고 있다. 이밖에도 외환거래의 장벽을 모두 없앨 경우 국제시장의 상황변동이 즉각적으로 국내에 유입돼 거시경제정책의 자주성 (自主性) 이 줄고 변동성이 늘어난다는 것이 반대 내지 유보논리의 근거다.

그렇지만 외환사정이 아주 안좋은 요즘이 외환자유화를 일거에 실시할 수 있는 적당한 시점이라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무역수지가 흑자고 외환사정이 좋을 때 자유화를 서두르면 통화증발 압력을 견디기가 어려워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자본유출보다는 자본유입이 많이 기대되는 요즘이 외환자유화를 할 시기인 것이다. 외환거래를 막는다고 환란 (換亂) 을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푼다고 자본도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자유화를 일거에 시행하느냐 그렇지 않으면 단계적으로 해나가느냐의 문제다. 언뜻 보기에는 단계적 자유화가 위험부담도 적고 더 신중한 자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측면에서 자유화는 항상 가급적 예외없이, 그리고 경제 전체에 도입하는 쪽이 왜곡을 줄이는 방안이다. 물론 이 경우 급격한 자유화에 대한 국민과 정치권의 거부감이 문제가 되는데 정부는 충격흡수와 유사시 안전장치를 준비해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