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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리아·강산에 일본공연 강렬한 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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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저 지금 떨고있나요?그렇지 않아요. " 지난 9일 저녁 일본 오사카의 유명 음악공연장 '히트비트' .리아.강산에가 출연하는 '코리안 팝 카니발' 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리아는 취재 카메라에 대고 "자신있다" 며 웃어보였지만, 한가닥 긴장을 감추진 못했다. 그 표정은 '한국 팝' 명함을 일본에 정식으로 내밀고 첫선을 보이는 국내가요계의 긴장을 상징하는 듯했다.

90년대 들어 많은 한국 뮤지션들이 일본 시장을 두드렸다. 서태지같은 팝스타부터 이상은 같은 언더가수까지 다양하게 데뷔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아직 올리지 못했다.

'용피루 (조용필)' 를 제외하고 '한국가요' 하면 일본인들은 아직은 나훈아의 디너쇼를 떠올리는 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모두 4차례로 예정된 '코리안 팝 카니발' 은 정부의 일본대중문화 개방선언 이후 처음있는 한국가요의 일본진출로 눈길을 모았다.

일본의 전국네트워크 TV (마이니찌방송) 와 오사카 지역 유수의 라디오방송 (FM802) 이 주최를 맡은데다 매년 일본에서 5백회 넘게 공연을 벌이는 오사카 제일의 공연기획사 '사운드 크리에이터' 와 국내의 대표적 공연기획사 '㈜라이브극장 (대표 이종현)' 이 제작을 맡은 점도 의미가 컸다. 카니발 1탄인 9일 공연은 한국가요의 신선한 힘을 과시하며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리아는 초반의 긴장이 풀리면서 '난 그래' '내게로 와' 등에서 파워풀한 창법을 회복, 뻣뻣한 일본인 청중들을 일으켜세웠고 앵콜까지 연발하게 만들었다. 30대 일본인 청중 기노시다 준코 (여.회사원) 씨는 "처음 보는 가수지만 힘찬 가창력과 표현력이 돋보인다.

일본가수에겐 찾기힘든 '존재감' 이 있다" 며 좋아했다. 일본 메이저음반사 '킹레코드' 관계자 2명도 공연을 끝까지 관람하며 리아에게 관심을 보였다.

이어서 나온 강산에는 보다 여유있게 청중을 요리, 앵콜을 두번이나 받아냈다. 94년부터 후쿠오카.오사카.도쿄등지에서 수십차례 공연해, 팬층이 확보돼 있었던 때문이다.

이날 공연은 "일본땅에선 일본어로 불러야한다" 는 국내 가요계의 속설이 사실과 다름도 드러냈다.일본인 청중들은 "이번 공연은 어설픈 일본어노래 대신 한국어로 불러 느낌이 생생하다" 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일본가수들에 비해 지명도가 약한 두사람의 공연은 홍보면에서 '맨땅에 헤딩' 격이었다. 공연 두달전부터 마이니찌TV와 FM802가 20초짜리 안내광고를 각각 50차례 방송해줬지만 일본인들에게 생소한 두 가수로서는 부족한 양이었다.

공연 당일 청중은 2백여명으로 5백명까지 수용하는 '히트비트' 극장의 손익분기점 3백명에 미달했다.또 청중의 절반이상이 재일교포였다.

이와 관련, 관계자들은 "음반출시.방송출연 없이 공연만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면 손해를 무릅쓰고 꾸준히 공연활동을 해야한다" 고 진단했다. 이점에서 사운드 크리에이터 대표 유조 스즈오키씨는 "한계에 도달한 일본음악은 신소재가 필요하다.

분위기가 비슷하면서도 신선한 힘을 가진 한국가수들은 그 확실한 후보" 라며 공연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 팝 카니발' 2탄은 8월중 열릴 예정이다.

오사카 =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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