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속도전’ 약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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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느긋하던 여자 프로골퍼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7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챔피언십부터 벌어진 광경이다. 협회가 이 대회부터 늑장 플레이에 대해 엄격한 룰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협회는 플레이 시간이 1타에 규정보다 1분 이상 초과되면 1차 경고를 하고, 2차에는 1벌타와 벌금 10만원을 부과한다고 공포했다. 세 번째는 2벌타 벌금 20만원, 네 번째 걸리면 실격 처리하고 벌금 30만원을 매긴다.

이 대회 3라운드 15번 홀에서 문수영이 경고 2회로 1벌타와 함께 벌금 10만원을 냈다. 또한 권영미(2분3초)·유연주(1분24초)·이혜인(1분12초)·정재은(1분3초) 등 11명이 1차 경고를 받았다.

협회는 경고를 누적 적용해 시즌 내내 늑장 플레이어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이 제도 시행 후 경기 시간이 40분 이상 빨라졌다.

협회가 이처럼 시간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국내 선수들의 플레이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KLPGA투어는 외국 투어에 비해 경기 진행 속도가 늦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박세리·김미현·한희원 등 국내 톱스타들도 LPGA투어 진출 초기 늑장 플레이로 벌타를 받았다.

지난해 국내 대회의 경우 한 팀이 한 라운드를 끝내는 데 평균 6시간 이상 소요됐다. LPGA의 경우 5시간을 넘지 않는다. 협회는 원활한 경기 진행을 위해 올해 출전 선수를 120명에서 108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경기 시간은 줄지 않았다. 결국 협회는 ‘늑장 플레이 추방’을 선언하고 나섰다.

협회 경기위원들은 사전 코스 답사를 통해 홀당 플레이 시간을 정한다. 보통 파3 홀은 13~14분, 파4 홀은 15~16분, 파5 홀은 17~19분 안에 플레이를 마쳐야 한다.

선수들은 자신이 친 공 앞에 도착한 뒤 동반자의 방해가 없고 자신이 칠 차례가 되면 1분 안에 샷을 해야 한다. 하지만 정위치 이탈(규정 시간 안에 홀을 마치지 못하고, 앞 조와의 간격이 한 홀 이상 벌어진 경우)이 발생하면 첫 샷을 하는 선수는 50초, 두 번째 이후는 40초 안에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협회의 고충남 경기위원장은 “세계 각 투어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 더 빠른 진행을 요구하고 있다. 일시적인 규제가 아니라 엄격한 룰 적용으로 늑장 플레이를 뿌리뽑겠다”고 말했다.

문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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