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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 5] 베이징 편: 요절복통 경극 관람기 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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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세계일주 레이스』의 두 주인공은 하버드 대학 동기이자 할리우드 작가인 밸리와 스티브이다. 어느 날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여 서로 반대쪽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경주를 벌이는 두 괴짜 모험가의 이야기는 중앙북스에서 6월 초에 출간한다.

당신이 상상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찐~한 카타르시스

경극 <민둥산의 눈물>은 호랑이 ? 물론 사람이 연기하는 호랑이다 ? 가 사람을 잡아먹는 장면으로 멋지게 시작했다. 에이미는 귓속말로 속삭이며 통역을 해주느라 최선을 다했지만 에이미조차 따라가기 힘들만큼 진행이 빨랐다. 경극에 대해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노래 이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춤 이외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이 ‘노래’라는 것이 어떤 소리인지 이해하려면, 커주(kazoo)와 고장 난 바이올린 두 대가 연주하는 듯한 소리에 맞춰 새끼 고양이가 스탠더드 재즈 곡을 부르는 것을 연상하면 된다. 이런 노래를 배경으로 에이미는 귓속말로 설명을 해주었다.
“자, 이 여자가 사랑하는 사람이 산에 올라갔나 봐요. 아마 그런 것 같은데? 한데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이 호랑이한테 잡아먹혔을까 봐 두려워해요. 그리고 어떤 관리들이 와서 세금을 내라고 독촉해요.”

그때 내 뱃속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절박한 상황이었다. 50달러짜리 좌석은 안쪽에 있어서 우리는 옴짝달싹 못하고 갇혀 있었고 출구는 2열이나 아래쪽에 있었다.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던 오리고기가 목을 타고 위로 올라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이를 모르는 에이미는 극중의 가족이 처한 세금 문제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려 하고 있었다. 나는 빨리 빠져나가야 했다.

창안극장 화장실 쓰레기통에 내 계산으로는 점심으로 먹은 마지막 것까지 다 토해냈다. 그때 소변기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는데, 그 남자가 나만의 경극 공연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비참한 소리 이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여성스러움과는 전혀 거리가 먼 구토의 동작 이외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경극 공연이었다.

이제 문제를 다 해결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기품 있고 점잖은 걸음으로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벌레인지 뭔지 이젠 내 몸에서 빠져나갔겠지?
틀렸다. 질질 끌며 2막이 진행될 때 나는 열병에 걸린 듯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손가락 끝이 몹시 따끔거리고 뱃속이 불길하게 매스꺼워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투항을 거부했다. ‘끝까지 참아낼 거야. 이 때문에 죽는다고 해도 <민둥산의 눈물>이 끝날 때까지 참아낼 거야’라고 결심했다. 거의 죽을 것 같았지만 여장 남자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그의 기묘한 여성스러운 힘에 경탄하며 마지막 취엔쥐더 오리고기가 넘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애썼다.

<민둥산의 눈물> 결말 부분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호랑이나 세금, 혹은 이들의 어떤 조합이 모든 관객의 심사를 뒤틀어놓았기 때문에 관리들이 죽고(내가 보기엔) 그 여자도 죽자(적어도 기절은 한 것 같다)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나에게도 결말 부분은 엄청나게 카타르시스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극의 플롯을 계속 따라갔기 때문이 아니라 토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즉시.
관객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을 때 나는 몇 초 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내며 ‘이봐요, 이봐, 그리 훌륭한 공연도 아니었잖아요!’라고 생각했다. 내가 자리에서 먼저 일어서자 마침내 사람들이 나를 따라 일어났다. 사람들이 줄지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제발 화장실까지만 참을 수 있기를 기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우리는 중앙 통로까지 나갔다. 아주 가까스로 성공하는가 싶었다.

그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모든 시선이 무대로 향했다. 그 놀라운 여장 남자가 앙코르 공연을 하러 무대로 불려 나온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전체 관객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서로 밀치며 달려갔다. 여장 남자가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비명에 가까운 고음으로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나는 고개를 뒤로 휙 젖혔다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격렬하게 몸을 비틀며 오리발이 포함된 누렇고 걸쭉한 액체를 토해 공중에 뿜어댔다. 게워낸 점심식사가 내 목구멍을 통해 발사된 다음에 어디로 날아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게워낸 것을 찾으려고 서성거리지는 않았다. 이제는 더럽혀진 창안극장에서 가능하면 빨리 나갈 수 있는 절차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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