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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에세이]'고객감동' 미국 백화점 환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의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은 대체로 외관이 밋밋하다. 맨해튼 한복판의 최고급 백화점들도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건물에 불과하다.

화려한 쇼핑 안내문구도, 엘리베이터 걸의 예쁜 미소도, 직원의 호들갑스런 인사도 없다. 그러나 고객 서비스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외지인들에게 가장 감명을 주는 대목은 철저한 환불제도다. 보통 구입후 1개월 이내에는 영수증만 갖고 있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교환 또는 환불해 준다.

환불창구의 직원들이 까닭을 묻기는 하지만 따질 목적은 아니고, 그저 인사치레일 뿐이다.

"사갈 때는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집에 가서 보니까 싫더라" 는 '말이 안되는' 이유도 용납된다.한국에서처럼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거나 같은 가격의 다른 물건으로 바꿔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얌체족들이 없을 수 없다. 외출복을 사서 몇번 잘 입고는 돌려주거나 그릇류를 새로 사서 파티를 끝내고는 반환하는 행태가 나타난다.

한술 더떠 아예 사기극을 벌이는 수도 있다.백화점 부근의 쓰레기통을 뒤져 고객이 버린 영수증을 챙긴 뒤, 매장에 들어가 같은 물건을 집어들고는 환불창구로 향하는 수법이다.

지난해에는 한 전문조직이 아르바이트 여대생들을 동원, 이같은 범죄행위를 저지르다 적발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환불제도가 바뀌었다거나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또 하나는 철저한 쇼핑정보의 제공이다. 소비자 상담창구는 물론이거니와 일선매장에서도 원하는 물건이 없다거나 가격대가 맞지 않는다고 말해보라. 여기서 얼마쯤 떨어진 어느 곳에 한번 가보라는 '이적 (利敵)' 답변을 듣게 되는 수가 많다. 고객이 진짜 필요로 하는 서비스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그래서일까, 미국에서는 물정모르는 (?) 남성들도 아내없이 백화점 가기를 별로 겁내지 않는 것 같다.

뉴욕=김동균 〈dk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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