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사태]사태악화 책임 입씨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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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유혈사태로까지 번진 인도네시아의 과격시위 원인을 둘러싸고 국제통화기금 (IMF) 과 인도네시아 정부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폭동으로 비화한 이번 사태의 직접 도화선이 지난 4일 발표된 전기 및 유류 (油類) 요금 인상이었고 이를 요구한 것이 IMF였기 때문이다.

IMF는 이날 수하르토 정부에 연료.전기에 대한 국가보조금 철폐를 조건으로 10억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휘발유값을 71%, 시내버스 요금을 67%, 전기요금을 20%씩 각각 대폭 인상했다. 이는 정치.경제개혁을 주장하는 학생시위에 실업과 고물가에 시달리던 서민들도 참가, 폭동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IMF 요구가 옳았느냐는 비판이 인도네시아 정부 등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16일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4일의 인상조치를 철회함으로써 'IMF가 잘못' 이라는 식으로 나왔다.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총리도 16일 "IMF의 조치는 현명하지 못했던 것" 이라며 인도네시아를 거들었다. 그러나 IMF는 "말도 안되는 얘기" 라며 펄쩍 뛰고 있다.IMF는 15일자 성명에서 "우리의 요구는 인도네시아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아주 적절한 것이었다" 고 잘라 말했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IMF를 따르라" 고 해 왔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게도 일부 미 언론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제임스 루빈 백악관 대변인은 15일 "IMF가 요구한 개혁조치는 결코 사태의 원인이 아니다.

IMF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 나빠졌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수하르토 대통령의 정치개혁 부진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루빈 대변인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돌을 던질 생각을 말고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은 줄곧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고 말했다.

안성규 기자〈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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