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회가 공개한 전공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새삼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이를 인권침해로 보고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것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렀다.
임 회장은 “근로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등 실정법 위반으로 병원을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해묵은 문제를 지금 제기한 이유는.
"1968년 수련의 제도가 생긴 이후 40년 가까이 누적된 문제다. 전공의들은 모래알이다. 도제식으로 선배나 병원에 매여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2000년 의료파업 이후 전공의들이 뭉치면서 협의회가 나서게 됐다."
-그동안 개선을 요구한 적이 없는가.
"개인 차원이나 개별 병원에서 더러 문제를 제기했지만 '싫으면 나가라'는 식으로 나오는 병원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병원에 개선해 달라고 하지 왜 인권위로 직접 갔나.
"주당 100시간을 넘는 살인적 근무시간은 근로조건 차원을 넘어 행복추구권.평등권 등 인권을 침해한 것이다. 전공의 수련제도 전반을 개선하려는 게 주목적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3개월 정도 지켜보다 제대로 된 해결책이 안 나오면 근로기준법이나 모성보호 관련 법률 위반으로 노동부 등에 고발할 방침이다."
-다른 직군들도 어려운데 의사까지 나서느냐는 지적이 있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진료의 질이 떨어진다. 응급실 호출을 받아도 듣지 못해 처치가 지연되거나 잠결에 전화로 진료지침을 주는 경우도 있다.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과로로 연간 10여명의 전공의가 사망하지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인권위 진정 이후 반응은 어떤가.
"대다수 회원이 속시원하게 잘했다고 격려하고 있다. '괜히 건드렸다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다."
-정말로 남녀 의사의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은가.
"인턴 당직실은 분리돼 있다. 여자가 많은 산부인과.내과 등 레지던트 당직실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당직실에서 겉옷이나 양말을 벗고 편히 쉬어야하는데 그럴 수 없다."
-인턴 숙소가 더 안 좋다던데.
"30~40명이 24시간 컴컴한 공간에서 들락거리며 잠을 잔다고 생각해 봐라. 창문도 없는 데가 많다. 의사들은 동물원이라 부른다."
-출산휴가를 못 가는 이유가 뭔가.
"상당수 병원이 여자 레지던트를 채용할 때 수련기간 중 애를 낳지 않겠다는 구두서약을 받는다. 또 병원이 90일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뿐더러 다 쉬면 동료들이 그 짐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빨리 출근할 수밖에 없다."
신성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