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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챤 아카데미]'막강 여성'의 산실로 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60~70년대 여성의식교육의 산실이었던 크리스챤 아카데미가 새삼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이곳을 거쳐간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21세기를 앞둔 현재 한국을 움직이는 주요 인사들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

올들어 장관직에 임명된 윤후정 여성특별위원회위원장,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을 비롯해 이인호 주러시아 대사, 정의숙 이화여대 이사장, 박영숙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장 (전 평민당 부총재) , 권영자.정희경 국회의원 등은 당시 크리스챤 아카데미의 프로그램위원이나 이사.강사로 참여, 여성지도자 육성에 힘을 쏟아 왔던 사람들. 당시 중간지도자 집단 합숙교육에 참여했던 피교육생으로 이미경 국회의원.박인덕 여성개발원장.김근화 여성자원금고이사장.이정희 중앙대교수.이종경 관악청소년회관장.차명희 여성특위사무처장.강기원변호사 등이 있다.

이 아카데미의 실무를 맡았던 직원 출신 역시 각계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김희선 국민회의 여성특위위원장, 손덕수 효성여대교수, 장필화.신인령.이상화 이화여대교수, 이계경 여성신문사사장, 이정자 녹색소비자연대공동대표, 이혜경 여성예술문화기획대표, 진민자 청년여성문화원이사장 등이 그들. 재단법인 크리스챤아카데미는 지난 65년 '사회개혁과 인간화, 교회개혁을 대화를 통해 풀어가겠다' 는 뜻을 가진 강원용목사 (현재 크리스챤아카데미이사장)가 주축이 돼 설립됐다.

특히 여성중간집단이 갖고 있는 잠재능력을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해 여성 차별을 불식시키자는 게 강목사의 의도. 강대인 크리스챤아카데미 부원장은 "강의내용이 한국 근대화와 여성의 역할.한국 여성운동의 이념과 방향에 맞춰져 있어 꽃꽂이 등 교양적 강습회 위주였던 다른 여성교육과 크게 달랐다" 고 전했다.

이들은 75년 '여성인간선언' 을 발표,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요구해온 정조와 순결성을 거부하고 평등하고 개방적인 성윤리와 결혼퇴직 계약제도의 폐지 등을 주장해 당시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기도 했다.

대학원생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이계경 여성신문사장은 "여성문제에 눈을 뜨게 돼 호주제.상속제도.동성동본 불혼제 등의 문제점을 주변학생들에게 알리는데 열중했다" 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발표.토론자가 숙박을 함께 하며 여성문제를 토론해 나간 워크숍은 '동지애와 사명감' 을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당시 참가자들은 입을 모은다. 더욱이 교육을 받고 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각자의 직장 등 삶의 현장에서 실천 여부를 점검해보는 '활성화.동력화를 위한 합숙교육' 을 받도록 해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것.

아카데미측은 주변의 추천을 받아 의식이 분명하고 여성운동가의 소질을 보였던 사람들만을 선발, 피교육생 관리에도 철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늘날 여성계의 주력부대가 된데 대해 당시 관계자들이 "참여자들이 이미 미래의 큰 재목으로 '싹' 을 보인 '될성부른 나무' 들이었다" 며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런 까닭.

77년 여성사회연구회 창립.88년 여성신문사 창간은 이 곳 출신들의 단합력을 보여준 좋은 예. 최근 발족된 대통령직속 여성특위에 윤위원장외에 사무처장.여성개발원장을 비롯 이계경.장필화.김희선씨등이 민간위원으로 자리잡은 것도 이들의 결속을 엿보게 한다.

이곳 출신중 30여명은 지난해 하반기 두차례의 결속 모임을 갖고 여성발전을 위한 또 다른 출발을 하기로 다짐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크리스챤 아카데미는 현재도 운영되고 있으나 80년대 이후 각 단체에 여성의식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지난날의 후광은 사라지고 있다.

고혜련 기자

〈hyer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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