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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블랑코 비치’ 수년간 문 못 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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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화원관광단지 안에 조성해 지난해 여름 개장했을 때 블랑코 비치의 모습. 이 인공 해수욕장은 하수종말처리장이 건설되지 않은 데다 백사장 등에 문제가 생겨 앞으로 수년간 해수욕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동양 최대의 인공해수욕장’ ‘하얀 은빛 모래’ ‘이국적인 분위기’ ‘온종일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럭셔리한(고급스런 뜻) 해수욕장’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가 전남 해남군 화원관광단지 안에 인공 해수욕장을 만들어 지난해 여름 처음 문을 열면서 선전한 문구들이다. 해수욕장 이름도 멋지게 ‘블랑코 비치’라고 붙였다. 블랑코는 ‘하얗다’는 뜻으로 스페인어이고, 비치는 ‘해변’을 뜻하는 영어다.

그러나 블랑코 비치가 앞으로 수년간 해수욕객을 받지 못하게 됐다.

한국관광공사 서남지사는 블랑코 비치를 올 여름에는 개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남지사의 김성기 대리는 “필수기능시설인 하수종말처리시설을 갖출 때까지 개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개장에 대해 “지역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임시 오수처리시설(용량 하루 100t)을 설치해 ‘시범’ 개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원관광단지 하수종말처리시설은 하루 3000t 규모로 2006년 12월 설계를 마쳤으며, 해남군이 시행을 맡았다. 해남군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전체 사업비 227억원 가운데 주변 마을 분을 뺀 190억원을 한국관광공사가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남군 상하수도사업소의 전선미씨는 “하수종말처리장은 공사 기간이 2년 정도 걸리는데, 한국관광공사가 사업비 부담을 거부해 공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랑코 비치는 백사장 자체에도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모래가 바람에 날아가고 조류에 휩쓸려 유실되는 바람에 곳곳에서 갯벌이 드러났고, 개펄과 모래가 뒤섞여 발이 빠질 정도다. 또 수중보 때문에 조류가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 물이 흐리고 녹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수중보는 밀물 때만 바닷물에 잠기는 둑이며, 썰물 때 물을 가두는 역할을 한다.

블랑코 비치은 썰물 때면 바닷물이 멀리 빠져나가 해수욕 시간이 짧은 서해안의 단점을 보완하기 수중보(길이 800m, 높이 1.8m)를 설치하고 해변 갯벌 1㎞에 1m 두께로 모래 13만㎥를 까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사업비는 80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물이 잘 빠지는 큰모래가 아니라 입자가 작고 개펄이 섞인 EEZ(배타적경제수역)의 모래를 사용, 지난해 여름에도 해수욕장 물이 흐려 이용객들이 불만을 표시했다.

◆화원관광단지=한국관광공사가 해남군 화원면 주광리·하봉리 일대 509만㎡에 조성 중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공약사업이지만 지지부진하다 2004년 기반공사가 시작됐다. 계획은 2011년 말까지 국비·민자 등 1조1800억원을 들여 골프리조트·마리나시설·호텔·콘도미니엄·쇼핑시설 등을 건설하는 것으로 잡혀 있다. 보성레저개발이 투자한 회원제 18홀 골프장은 초청 라운딩을 하고 있으며, 관광공사의 퍼블릭 9홀은 마무리 공사 중이다. 호텔·쇼핑센터 등은 아직 투자자를 잡지 못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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