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눈물' 후속 '세조' 촬영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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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 의 뒤를 이을 사극 '세조' (가제)가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제작진들은 8일 창경궁에서 문종의 승하를 걱정하는 대신들의 이야기를 찍으면서 창덕궁.경복궁.민속촌 등을 주무대로 펼쳐질 드라마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다음달부터 방영에 들어가는 '세조' 는 시대 배경도 '용의 눈물' 을 바로 잇는다. 세종의 등극으로 '용의 눈물' 이 막을 내리고 다음 왕인 문종의 얘기를 그리며 '세조' 가 시작하는 것. 시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시청자들에겐 편할 수도 있으나 제작진으로선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일. 전편의 인기를 업고 간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종선 PD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전편의 이미지가 연결되지는 않을 것" 이라며 " '용의 눈물' 이 사건.갈등 중심이었다면 이번 드라마는 사실 (史實) 의 뒷얘기와 갈등 뒤에 자리한 세조의 현명함과 인간적 면모등 이면 묘사에 집중할 생각" 이라고 말한다.

정하연 작가가 쓴 대본에도 전편과의 차이점이 곳곳에 묻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양녕대군의 면모. '용의 눈물' 에서 남의 첩을 빼앗고 갖은 기행을 일삼았던 양녕이 여기선 나라를 걱정하며 세종의 후계자 문제를 고민하고 왕실의 위엄과 보존을 근심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세조 역을 맡을 임동진도 왕이 되기 위해 조카를 살해하는 비정의 이미지보단 예리한 지성 표출에 연기 초점을 두게 된다. 최명길이 보여준 왕비의 캐릭터는 한혜숙 (세조비) 과 채시라 (인수대비)가 나눠서 떠안게 된다.

아무래도 제일 '억울한' 분은 세종대왕이다. 아버지 태종 이야기에서 아들 세조 시절로 드라마가 훌쩍 건너가는 것이다.

치적으로만 따지면 우뚝한 분이지만 너무 잘 알려진 일생을 보냈다는 '흠 아닌 흠' 때문에 이번 드라마에서 조연에 만족해야 한다.

강주안 기자 〈joo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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