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해태]'경영원 포기'…최후의 자구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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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동아.해태 등 부도 또는 파산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오너의 경영권 포기를 선언하는 등 회사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자구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동아그룹 최원석 (崔元碩) 회장은 7일 '동아건설 회생계획' 을 통해 "창업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보유 주식의 처분권을 주거래 은행인 서울은행에 전면 위임하고 인천 매립지 개발권도 정부에 넘기겠다" 고 밝혔다.

부도 6개월째를 맞고 있는 해태도 최근 채권은행단과의 협의 과정에서 박건배 (朴健培) 회장의 소유권 포기안을 내놓으면서 회사만 살릴 수 있다면 전문경영인으로 남을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한화 등 협조융자를 이미 받은 다른 기업들도 회사 정상화를 위해 자구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큰 진전은 없어 구조조정지연과 관련, 협조융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자구계획의 내용 = 동아그룹 崔회장은 7일 회사 회생을 위해 현재 담보로 제공한 계열사 주식 처분권을 주거래 은행에 위임키로 해 경영권 포기의사를 밝혔고 흑자기업인 대한통운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崔회장은 동아건설 3백43만주 (8%) , 대한통운 1백16만주 (5%) , 동아증권 1백38만주 (9%) 등 계열 상장회사의 주식 2백억원 어치와 동아생명 주식 1백48만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은행권에 담보로 잡혀 있는 상태다.

해태그룹도 금융권이 대출금의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을 수용해준다면 朴회장이 오너십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주거래 은행인 조흥은행측에 전달했다.

朴회장은 "출자전환과 부채탕감이 받아들여진다면 법정관리에 준하는 경영관리로 경영 정상화를 조속히 이뤄내겠다" 며 "이 과정에서 오너십에 연연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으로 남아 그룹 정상화에 전념하겠다" 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계열사 주식중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는 지분과 朴회장 개인 소유 지분의 일부를 소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태는 경영 정상화에 절실한 부채탕감과 출자전환이 좀처럼 진척되지 않자 소유권 포기라는 강도 높은 배수진으로 금융권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보여진다.

◇기타 협조융자대상 그룹 = 동아와 해태를 제외한 나머지 협조융자를 받은 기업들도 사정이 좋은 편은 아니다. 뉴코아는 전국 백화점 점포와 땅 등 부동산 50여건을 매물로 내놓았으나 매매가 성사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바스프 등 3개 계열사를 매각한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를 외국 석유 메이저에 매각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고 ㈜한화 소유 2백만평 부지 등 부동산도 매물로 내놓았다.

◇어떻게 되나 = 동아와 해태의 자구노력에 대해 채권은행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인 편은 아니다. 동아의 회생계획에 대해 서울은행은 "崔회장 보유주식의 경우 지난 1월11일 1차 협조융자때 주식양도 및 포기각서를 이미 썼고 인천매립지도 담보로 잡혀 경영개선에 별 도움이 안되는 내용" 이라며 "앞으로 채권은행단 회의를 통해 동아 처리문제를 논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해태의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해태가 과연 계열사 매각의사가 있는지 정확한 본심을 몰라 부채탕감 등의 안을 수용할 수 없다" 면서 "다음주중 채권 은행단 회의를 열고 여기서 도출된 결론에 따라 해태문제를 처리하겠다" 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협조융자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이들 기업에는 갈수록 부담이 돼가고 있다. 옥석은 가려야 하겠지만 모든 기업을 다 끌고가서는 구조조정이 과연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와 채권금융기관 사이에서는 협조융자의 대상이 된 기업들을 무차별 도산하도록 놓아둘 수는 없지만 구제를 하더라도 오너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종태.박장희.유상연 기자

〈jt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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