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암초등학교 상장내용 다양화로 친근감 표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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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교내 라디오 조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대구북구 신암초등학교 (교장 金熙徹.57) 5년 장성진 (11) 군은 상장을 몇 번이나 들여다 보았다. 상장에 쓰인 글귀가 예전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교내 라디오 조립대회에 참가하여 만든 너의 작품을 보니 대견스럽구나.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여 너의 재능을 키워 나가길 바란다. 정말 축하한다.'

그전에 받던 상장에는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방정하므로 이에 표창합니다' 나 '~이 우수하므로 상장을 수여합니다' 등 틀에 박힌 문구가 있었다. 張군은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으쓱함보다 격려와 용기를 주는 상장의 내용에 기분이 더 좋아졌다.

이 학교는 상장을 획일적인 문구에 학생이름만 바꾸어 시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상의 종류에 맞게 다양하고 친근한 표현을 담아 주고 있다.

같은 날 글짓기로 최우수상을 받은 6학년 이다정 (12) 양의 상장에는 '생각이 논리에 맞게 잘 표현된 너의 글을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단다. 앞으로도 모든 일을 깊이 생각하고 너의 주장을 활발히 펴나가기 바란다. ' 는 문구가 있었다.

李양은 "상장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며 "상장을 자주 들여다보며 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얻는다" 고 말했다.

이 학교는 또 책을 많이 읽는 학생에게는 '책 속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있다' 는 조언을 곁들이고 인사를 잘 하는 학생에겐 '인사를 잘하는 너의 모습이 가장 예쁜 얼굴로 보인다' 고 쓰인 상장을 주고 있다.

상장문구는 분야별 담당 교사들이 직접 컴퓨터로 작성한다. 같은 분야인 경우에도 두세 번 시상한 뒤에는 다른 표현으로 바꾼다.

독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김현주 (金賢珠.30) 교사는 "아이들이 상을 받고 더 열심히 하도록 도움이 되는 표현을 담기 위해 애쓴다" 고 말했다.

이 학교가 상장을 이렇게 바꾼 것은 지난해 金교장이 부임한 뒤부터다. 金교장은 "상은 잘한 학생이 더 잘하도록 격려해 다양한 재능.소질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며 "교사의 칭찬을 들은 아이들은 더욱 자신감을 갖고 학업에 열중하게 된다" 고 말했다.

대구동구 율하초등학교 김태희 (金泰希.38) 교사는 3년째 학부모가 집에서 상장을 만들게 하고 이를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있다. 金교사는 학부보들로 하여금 평소 자녀의 행동 가운데 칭찬할 내용을 A4용지나 스케치북 등에 담아 상장으로 만들게 해 교실에 걸어뒀다 방학 때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행사를 갖는다.

金교사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관심을 갖게하고 교사들이 알기 어려운 생활태도를 관찰, 칭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라고 말했다.

대구 =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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