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스타일리스트]연극공연 소식지 내는 양창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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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연극깨나' 보는 이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은 문화운동모임 하제마을 (02 - 766 - 7776) .그간 PC통신망을 중심으로 관객평가회를 운영, 일반 관객들의 목소리와 욕구를 공연단체에 전달하는 다리 역할을 해냈던 하제마을이 올초부턴 '문화공연소식' 이라는 소식지를 내기 시작했다.

펼치면 보통 포스터 크기, 접으면 장지갑만한 조그만 인쇄물이지만 여기에 담긴 대표 양창영 (30) 씨의 꿈은 결코 작지 않다. "기본적으로 연극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단순히 공연정보만 싣는 게 아니라 모니터링 결과를 삽입하는 식으로 하면 관객들이 어떤 연극을 봐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

그래서 각 공연단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해 재원을 마련했다. "공연포스터가 실리는 극단에겐 물론 저희가 책정한 광고료를 받죠. 하지만 그것 말고도 관객 저변확대라는 뜻을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공동제작비' 를 걷습니다. 아직까진 형편이 넉넉한 극단들만 돈을 내고 있습니다. " 소위 '벗기는' 연극은 의뢰가 들어와도 사절. 연극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만 가려서 싣는다는 원칙을 고수할 참이다.

8월에 정식 창간호를 낼 예정으로 현재 4호까지 준비호를 찍었다. 부수는 5만부. 반응이 좋아 하제마을 회원들로부터 정기구독 문의가 끊이지 않지만 8천7백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에게 다달이 부치려면 7명의 상근직원과 2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일주일 동안 꼬박 밤을 새야 하기에 아직은 공연장과 대학.지하철역 등에 배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고정관객층이 채 3만이 안되는게 우리 연극계의 현실입니다. 일단은 관객을 자꾸 끌어들여 시장 자체를 넓히는게 중요합니다. "

대학시절 극회 활동을 하며 연기자의 꿈을 키웠던 그의 열정은 이렇게 방향을 틀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언젠가 저도 무대에 설 것이고 서야겠죠. 하지만 제가 일할 토양을 일궈 놓는 일, 지금은 그게 가장 시급합니다. " 미래를 위한 사전정지 (整地) 작업쯤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그의 진정한 꿈은 얼마나 더 큰 것일까.

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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