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리 부러진 엄홍길, 72시간 사투끝에 귀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작은 탱크 엄홍길 (39) 이 72시간의 처절한 사투끝에 우리 품에 돌아왔다' . 네팔 안나푸르나봉 (8천91m) 등정에 실패한 엄홍길이 다리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중상을 입은 채 지난달 29일 조용히 귀국한 것이다.

그러나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는 그의 네번째 등정마저 거부했지만 셰르파 2명의 목숨을 건진 숭고한 희생정신에 네팔언론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오후4시쯤. 최상의 컨디션으로 캠프Ⅲ (7천7백m) 예정지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원정대 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크레바스 (폭 2m)가 갑자기 꺼지면서 셰르파 2명이 퉁겨나갔다. 순간 셰르파를 구하기 위해 그들이 맸던 로프를 잡은 엄홍길은 다리가 감기면서 20여m 아래 눈구덩이로 처박혔다.

오른 발목이 바깥쪽으로 90도나 돌아가는 중상을 입었다. 대나무로 부목을 대고 테이프슬링으로 꽁꽁 동여맨 채 로프에 매달려 거대한 탑모양의 얼음덩어리와 빙벽을 내려왔다.

후송도중 잠자리에 들 때야 뼈를 깎는 듯한 통증을 느꼈고 몇알의 진통제로 버텼다. 특히 넓은 설원이 펼쳐진 캠프Ⅰ~베이스캠프 구간에서는 '살아야겠다' 는 일념으로 7시간동안 엉금엉금 기면서 사선을 뚫고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베이스캠프 (5천1백m) 까지 내려오는 3일간은 악몽이었습니다. 여기서 좌절하면 죽는다는 공포감에 아픔조차 느낄 수 없었습니다. " 당시를 화상하는 엄홍길은 "그동안 셰르파들에게 졌던 마음의 빚은 어느 정도 갚았지만 지난해 안나푸르나 등정때 희생당한 셰르파 나티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고 눈시울을 붉힌다.

수술경과가 좋아 보름 뒤면 통원치료도 가능하다는 엄홍길은 현재 경희의료원 (2537호실)에 입원해 있다.

김세준 기자 〈sj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