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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서 스타벅스를 제친 토종 커피 전문점의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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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시장조사기업이 한국과 중국, 대만의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을 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에서는 '스타벅스'가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대만에서는 달랐다. 스타벅스라는 '글로벌 강자'를 제치고 자체 토종 커피 체인점 '85℃'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토종 커피 체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길목마다 보이는 저렴한 커피에 끌려= 8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대만 3개국의 20~40대 남녀 2775명을 대상으로 커피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과 중국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많이 찾는 곳으로 스타벅스(한국 33.4%·중국 44.5%)를 가장 많이 꼽았다. 대만은 ‘85℃’라는 현지 체인점이 스타벅스(23.8%)를 제치고 1위(27.4%)에 올랐다. 한국사람들에게는 다소 뜻밖이다.

'85℃'라는 토종 커피 체인이 대만 사람들을 사로잡은 비결은 우선 뛰어난 접근성이 한 몫을 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소비자들은 ‘맛이 좋아서’(한국 56.2%·중국 61.2%) 스타벅스를 많이 찾는 반면 대만 사람들은 ‘거리가 가까워서’(62.6%)를 '85℃'를 선호하는 이유로 꼽았다. 현재 대만 내 ‘85℃’의 체인점은 약300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엠브렌드트렌드모니터의 대만 실사 담당 매니저 제니퍼씨는 "85℃는 길 모퉁이 마다 보여 눈에 잘 띄는 데다 케이크와 함께 야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라스가 있어 인기가 좋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도 인기에 한 몫을 했다. 스타벅스 커피는 한 잔에 보통 85대만달러(약 3200원)지만 ‘85℃’는 보통 한 잔에 50대만 달러(약 1900원)다. 조사에 따르면 대만 소비자는 커피의 맛(30.6%) 보다는 저렴한 가격(59.1%)을 더 중요시했다.

35대만달러(약 1300원) 정도 하는 케이크를 커피와 같이 즐길 수 있는 점도 대만 소비자에게 어필했다. 2003년 설립된 '85℃'는 테이크아웃형 까페라기 보다는 케이크를 같이 판매하는 베이커리형 까페다. 5성급 호텔의 주방장이 케이크를 만들고 국가연회에서 지정한 고급 커피콩을 사용한다.

계절별로 대중에 입맛에 맞는 상품을 출시하고 야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라스 형 구조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것도 인기를 더했다. '85℃'란 이름은 커피의 온도가 85℃일 때 가장 맛있다는 데서 이름을 따왔다.

◇ 맛·인테리어 등 '만족도'와 현지 마케팅 중요= 대만의 토종 커피 전문점은 이용률 부분에서는 세계 최고의 브랜드 커피를 제쳤지만 실제 '만족도' 부분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조사에 따르면 대만 사람들은 ‘85℃’를 가장 많이 찾긴 해도 막상 맛이나 메뉴 구성, 인테리어 등 '만족도'에서는 스타벅스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의 박수란 과장은 “품질보다 가격에 민감한 대만 소비자의 특성상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지만 커피 시장에서 맛이나 인테리어 등 브랜드 자체가 지닌 만족도는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스타벅스에 이어 가장 인기를 끈 커피 체인은 ‘던킨도너츠'(16.6%)였다. 박수란 과장은 "포인트 적립 및 쿠폰 등 로컬 마케팅이 주요한 역할을 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커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맛뿐 아니라 새로운 현지 마케팅 요소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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