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10여년간 세계 곳곳 훑고 다녔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새 박사' 원병오(74) 경희대 명예교수가 최근 야생 수금류(水禽類)의 생태와 보호관리에 관한 내용을 집대성한 '자연 생태계의 복원과 관리'(다른세상)란 저서를 펴냈다. 10년간 세계 각지를 훑고 다니며 연구한 결과를 엮은 노작이다.

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를 통틀어서도 야생 조류 관리와 서식지 보전에 참고할 만한 전문 서적이 없다"면서 "서해안 매립지 간척사업을 하면서 조경업자에게 환경조성 사업을 맡기는 웃지 못할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이를 위해 지난 10년 동안 미국.영국.프랑스는 물론 러시아.남미 등 10여개국을 30회 이상 방문하며 필요한 자료를 모으고 관련자들을 만났다.

영국의 민스미어 조류보호지구, 캐나다의 틴타마르 국립 야생조수보호지구 등 야생조류 서식지 조성이 잘 돼 있다고 알려진 곳을 직접 탐사했다.

1929년 개성에서 태어난 원 교수는 6세 때부터 동물학자인 선친 원홍구 박사를 따라다니며 나비와 새를 벗삼아 놀았다.

이런 환경이 그를 자연스레 새 연구의 길로 이끌었다. 평양 김일성대학 출신인 그는 (김일성대학 농학부에 입학했으나 농학부가 나중에 단과대인 원산농업대로 분리되는 바람에 졸업은 원산농대에서 했다) 50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부모와 생이별을 하게 됐다. 혼자 남은 그는 월남해 경희대 생물학과를 거쳐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경희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본격적인 조류 연구의 길을 걸었다.

경희대 강단을 떠나 지금은 홀로 연구와 집필을 하고 있는 원 교수는 "모교인 김일성대학과 원산농업대에서 내가 출판한 책을 교재로 강연하는 것이 생애 마지막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출판된 첫날, 북한 측에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북한에서 의료.복지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독일인 친구 하메트 코시크(한독친선협회장)에게 책을 보냈다.

러시아.일본 학자들과 희귀조류 밀수출 금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현재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그는 19일 귀국하는 대로 이 책의 일본어.중국어판 출판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