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화로운 캠퍼스에 우뚝 선 미사일·전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소백산 자락에 들어선 영주 동양대. 산사처럼 평화로운 풍경은 한곳에서 난데없이 긴장감을 조성한다. 강의실 앞에 세워진 금방이라도 굉음을 낼 듯한 미사일과 야포 때문이다. 모조품이 아니다. ‘8인치 견인포’ 앞에는 ‘현재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섬뜩한 설명까지 붙어 있다. 그 옆은 40㎞를 날아가는 호크미사일이 세워져 있고 또 길 건너편에는 M47전차도 있다. 갑자기 계엄군이라도 나타날 듯한 분위기다. 무슨 까닭일까.

동양대 정동호 교수가 캠퍼스에 설치된 호크미사일 앞에서 학생들에게 레이더 시스템과 유도무기를 강의하고 있다. [동양대 제공]


이들 무기는 국방기술대학의 소중한 학습 장비다. 육군 군수사령부는 지난해 대전시 유성구로 이전하면서 이들을 대학에 기증했다.

동양대는 2005년 미래 정보전을 대비할 첨단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단과대학인 국방기술대학을 만들었다. 이듬해는 전자유도기술학과와 컴퓨터정보전학과·정보통신공학부로 신입생 200명을 첫 선발했다. 일반 대학으로는 군 기술 인력 양성이 처음이다. 국방기술대학 전순용 부학장은 “사관학교·ROTC(학군장교)가 있지만 첨단 현대전을 떠맡을 기술장교와 전문 인력은 거의 양성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동양대가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은 대학에서 관련 전공을 한 학사장교가 일부 그 역할을 하는데 그쳤다는 것.

그래서 대학 측은 단과대학 신설을 앞두고 국방부는 물론 한국국방연구원·국방과학연구소·국방기술품질원 등 10여개 기관과 인력 수요, 교육과정 등을 협의했다. 관련 전문가와 군 장성들은 교수로 들어왔다. 현재 장성 출신 교수는 4명. 국방부 차관을 지낸 유보선 장군이 학장을 맡고 있으며 군수사령관을 지낸 류우식 중장도 참여했다. 또 소장 출신인 김승렬 국방부 전 차관보와 PKO(평화유지군) 단장을 지낸 안충준 소장은 안보학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은 사관생도처럼 제복을 입는다. 원종수 행정팀장은 “내년에 배출되는 첫 졸업생은 ROTC·학사장교 등 소위 임관자나 여학생(13명)이 대부분”이라며 “병역 복무 중인 학생들은 2∼3년 뒤 군무원·방위산업체, 또는 국방 관련 연구소 등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방기술대학은 졸업생을 배출하기도 전에 벌써 몇가지 성과를 냈다. 재학생 21명은 ROTC에 들어가 훈련 중이고, 시험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는 육군 학사사관(학사장교)에 14명, 해군 학사사관에 11명이 합격했다. 육군은 학사사관을 전국에서 한해 700명 정도 뽑고 해군은 1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원 팀장은 “올해 해군 학사사관 7명 합격은 바다를 낀 부산의 대규모 대학이 5명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기적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해군 학사사관 장학생으로 선발된 서울 출신 정진성(23·전자유도기술학과4)씨는 “한국에 하나뿐인 학과에서 미사일 분야를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다”며 “해군 장교가 돼 기술 군인의 길을 걸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동양대는 국방기술대학이 앞으로 한국군 첨단화의 산실이 될 것이라며, 미사일과 야포를 그 꿈을 키우는 상징물로 가꿔가고 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