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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텃밭 165㎡가 환경교육·소통의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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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이자 24절기 중 망종(芒種·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라는 뜻) 이었던 이달 5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학생문화관 앞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을 한 여대생 6명이 캐주얼 복장의 교수와 함께 호미·모종삽 등을 들고 텃밭을 맨 것이다. 검푸른 잎이 싱싱한 상추 고랑 한켠에는 길이가 7cm정도로 자란 풋고추도 눈에 띄었다.

‘뿌리와 새싹’ 회원들이 이화여대 안에 있는 텃밭을 맨 뒤 최재천(맨 오른쪽) 지도교수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최형윤(20·이화여대)·남달리(19·60421;이화여대·김민아(25·서울여대)·김은주(23·동덕여대)·이정현 회장·이수남(20·이화여대).


텃밭의 주인은 대학생연합 환경동아리 ‘뿌리와 새싹(회장 이정현·22·이화여대 생명과학과)’ 회원들. 동아리 지도를 맡은 최재천 교수(이화여대 에코과학부)도 학생들과 함께 했다.

뿌리와 새싹은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박사가 지원해 1991년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10대 청소년 16명이 만든 ‘동물·환경·이웃을 생각하는 모임’의 한국지부다. 이 지부는 2007년 11월 대학생 5명이 모여 만들었다. 모임의 목적은 텃밭을 가꿔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과 환경,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자는 취지다.

학생들은 지난해 5월 어렵사리 학교측의 허가를 받아 숲 인근에 165㎡(50평) 정도의 텃밭을 일궜다. 그리고 봄에는 상추·고추·파프리카를, 가을에는 김장용 배추와 무를 심었다. 입소문을 타고 회원수가 늘어 8일 현재 이화여대·연세대 등 전국 10여 개 대학 50여 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매주 한 차례 텃밭에 모여 농작물을 돌본다. 작물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동아리 홈페이지(cafe.naver.com/rootsandshootsuniv)에 “배추 4분의 1정도가 심각한 병충해를 입음”과 같은 글을 올린다. 정기적으로 작물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인터넷 카페에서 농사짓는 법도 배운다.

텃밭은 캠퍼스 내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학생·교수·교직원들이 수시로 들러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텃밭에서 일할 때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말을 걸어와요. 어느 날은 담당교수님이 기특하다며 선물을 주시기도 했어요. 텃밭 하나로 주위 사람들과 소통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회원 박윤희(25·이화여대 국어교육과)씨의 말이다. 수확한 작물은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나눈다. ‘회원들이 직접 기른 농산물을 이웃과 나누자’는 텃밭 가꾸기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2008년 11월에는 동아리 홍보 차 ‘청년숲 환경영화제’에 참가해 유기농 배추를 나눴다. 수확한 배추로 직접 김장을 담가 하숙생 친구에게 선물한 회원도 있다. 텃밭은 주민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지난달 9일엔 염동초등학교(서울 강서구 염창동) 5학년 학생 20여명이 방문,회원들과 함께 농사를 체험했다.

최재천 교수는 “식량 안보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솔선수범하면 국민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박나은·이은규·조혜랑(이상 이화여대)
중앙일보 대학생NGO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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