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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베르나보다 싼 차 내놓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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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본의 혼다는 올 하반기 현대차의 베르나보다 더 싼 1만 달러 안팎의 소형차를 미국 시장에 내놓겠다고 미국 딜러들에게 통보했다. 현대차가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가자 도전장을 낸 셈이다. 혼다는 인도 타타의 나노 같은 초저가차(5000달러 이하)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보급형 소형차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혼다는 또 1억원이 넘는 스포츠카인 NSX 개발을 포기하고 친환경차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미국 시장용 친환경 디젤엔진도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어코드에 달릴 신형 디젤은 연비가 20㎞/L 이상 되도록 할 계획이다.

세계적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 시장 축소와 달러 대비 엔화가치 급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신발끈을 다시 동여매고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올 상반기 내내 부진했다. 감산과 재고 조정에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올해 1∼5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의 판매는 54만3787대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 감소했다. 혼다 역시 이 기간 중 34% 줄었다. 상대적으로 현대·기아차는 호조를 보여 28만7302대로 7.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세계 1위인 도요타는 우선 분위기를 쇄신하기로 했다.


이달 25일 도요타 창업 일가 4세인 도요다 아키오(53) 현 영업총괄 부사장이 사장에 오를 예정이다. 전문경영인에서 14년 만에 도요다 일가로 경영권이 다시 넘어오는 셈이다. 전반적인 위기 상황 때는 강력한 오너십으로 경영의 고삐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도요타는 연간 1000만 대 생산에서 700만 대로 생산을 줄여도 1조 엔(약 13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내는 전략을 곧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비용 절감이 최우선 목표다. 소형차의 플랫폼(동력장치와 차체) 공유 등을 통한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 올해 고정비 원가 절감 목표를 8000억 엔(약 10조4000억원)으로 기존 계획보다 30% 늘려 잡았다. 도요타는 또 2012년까지 미국에서 승용차 전 모델에 하이브리드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하이브리드 플랫폼을 대량 공급하면서 가격도 낮출 수 있어 일반 차량과 가격 차이를 15%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전략이다. 도요타는 또 올해 말 친환경차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세계 첫 시판하기로 했다.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워낙 차 값이 비싸 리스(월 수백만원대) 형식으로 국내외에 총 500대를 우선 시판할 예정이다.

닛산도 마찬가지다. 자사의 강점인 연비가 좋은 무단변속기(CVT)를 단 중소형차 수출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일본에서 4월부터 시작된 ‘에코카(친환경차)’에 대한 감세 정책으로 닛산은 15개 모델을 이 기준에 맞췄다. 4, 5월 판매량의 절반이 CVT를 단 에코카일 정도다. 하반기부터는 대형급인 3.7L 엔진에 CVT를 달아 수출할 계획이다.

미쓰비시는 다음 달 세계 첫 일반도로용 소형 전기차인 ‘아이-미브’를 시판한다.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전용 충전소에서 30분 충전하면 160㎞를 주행할 수 있다. 가정에서 충전하려면 6∼7시간이 걸린다. 값은 감세 혜택을 받아 300만 엔 이하가 될 전망이다. 올해 5000대에서 2011년 2만 대까지 보급을 늘릴 계획이다.

김태진 기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집에서 전기로 충전해 단거리 출퇴근은 전기모터로만 하고 주말 장거리는 기존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친환경차. 하이브리드차에 비해 연비가 조금 더 좋은 게 특징. GM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도 2011년 소형차부터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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